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덴마크 3

잔 다르크의 수난(블루레이)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인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La passion de Jeanne d'Arc, 1928년)은 참으로 기이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영화다. 흑백 무성영화로 촬영된 이 작품은 시종일관 배우들의 얼굴 표정에 천착한다. 배우들의 특별한 액션, 또는 와이드스크린으로 펼쳐지는 풍경이나 전경 샷이 등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배우의 얼굴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얼굴에 서린 분노, 슬픔, 절망과 희망, 용기, 공포를 담아낸다. 내용은 프랑스 하원 도서관에 보관된 잔 다르크의 재판기록을 토대로 재현한 잔 다르크의 최후다. 영국과 프랑스 간에 벌어진 백년전쟁 중 남장을 한채 프랑스군을 이끌어 점령군이었던 영국군을 물리친 잔다르크는 1431년 영국군에게 포로가 됐다...

바베트의 만찬(블루레이)

가브리엘 액셀 감독은 우울한 북구의 풍경 위에 사랑과 감사라는 따뜻한 물감을 풀어놓았다. 그가 만든 '바베트의 만찬'(Babettes Gaestebud, 1987년) 이야기다. 이 작품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자로 유명한 덴마크의 여성작가 카렌 블릭센의 단편을 토대로 만들었다. 내용은 19세기 말 프랑스혁명 이후 쫓기듯 덴마크의 작은 마을로 숨어든 바베트라는 여성과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오로지 신에 대한 헌신 하나로 살아온 자매들의 일을 돌보며 살던 바베트가 어느 날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다. 자매는 바베트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 가난한 자신들을 곧 떠날 거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베트는 복권 당첨 기념으로 저녁을 준비할 테니 맡겨달라고 자매에게 요청한다. 아..

범죄의 요소

영화 '범죄의 요소'(The Element Of Crime, 1984년)는 실제 성행위를 촬영한 영화 '님포매니악'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덴마크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데뷔작이다. 신인의 작품이지만 놀라운 영상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1984년 칸영화제에서 기술상을 받으며 범상치 않은 작가의 등장을 예고했다. 내용은 복권 파는 소녀만 골라서 죽이는 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다. 형사는 오래된 스승이 쓴 '범죄의 요소'라는 논문에 따라 범인을 추적한다. 논문의 요지는 범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 결국 범인의 입장이 돼서 그의 심리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풀어간다. 하지만 영화는 줄거리보다 난해한 파편같은 영상이 시선을 끈다. 루이 브뉘엘의 영화처럼 상징과 은유적 소품 및 장치로 가득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