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도미니크 피뇽 4

델리카트슨 사람들(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가 공동 감독한 '델리카트슨 사람들'(Delicatessen, 1991년)은 기괴하면서도 기발한 영화다. 식인 문화부터 뚜렷하게 드러나는 계급 간 갈등 및 로맨스와 권력의 무상함을 꼬집는 냉소와 풍자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려 놓았다. 내용은 미래인지 과거인지 시대 가늠이 힘든 시절, 과거에 곡예사로 일했던 남자가 어느 정육점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식량을 구입하기 쉽지 않은 시절, 정육점은 종종 건물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한다. 그때마다 건물 세입자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정육점 주인은 딱 보기에도 백정처럼 우락부락한 느낌이 나는 거한이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다 보니 사실상 건물의 권력자다. 건물 주민들은 그에게 잘 보여야 더 많은 고기를 살 수 있..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마르크 카로와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The City Of Lost Children, 1995년)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아름답고 사랑스런 동화가 아니라 약간은 음침하며 습하고 어둡다. 젊어지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한 뒤 꿈을 빫아들이는 과학자와 어린 동생을 잃어버린 거한, 도시의 뒷골목을 누비는 어린 도둑들, 벼룩을 이용한 암살자와 이를 부리는 샴 쌍둥이 자매 등 캐릭터부터 특이하다. 이들이 뒤섞여 업치락 뒤치락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주네 감독은 이를 통해 잃어버린 동심에 대한 향수와 각박하고 메마른 어른들의 세계를 그렸다.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특이한 캐릭터와 더불어 감독이 꾸민 세계다. 시대를 알 수 없는 암울한 세계와 허름..

아멜리에 (블루레이)

짧게 자른 단발머리, 커다란 눈을 뒤룩뒤룩 굴리며 엉뚱한 생각을 하는 아멜리에는 4차원 소녀다. 그가 벌이는 엉뚱한 짓은 때로는 악동같고 때로는 웃음이 나올 만큼 유쾌하며 때로는 어이없다. 종잡을 수 없는 4차원 소녀의 기행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잃어버렸던 어렸을 적 꿈을 되돌아보고, 훌쩍 커버린 자신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래서 영화 속 이 대사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어릴 땐 시간이 안가다가 갑자기 쉰 살이 되지."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아멜리에'(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 2001년)는 그런 영화다. 세상과 동떨어져 외톨이로 지내는 4차원 소녀의 꿈과 희망을 주네 감독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영상으로 꾸며 놓았다. 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말을 걸고,..

에이리언4 (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만든 '에이리언4'(Alien: Resurrection, 1997년)는 돌연변이 같은 영화다. 시리즈 가운데 에이리언의 특성에서 가장 많이 이탈한 작품이다. 특이한 신체구조와 생존 방식으로 거의 무적의 생물체로 군림했던 에이리언은 사람과 이종교배되면서 사람도 아니요, 에이리언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돼버렸다. 여기에 사람의 지능과 감정을 갖고 인간과 교감하는 설정은 에이리언 고유의 독창성과 본류에서 어긋난다. 어찌보면 신선한 시도이지만 에이리언 1편에서 맛봤던 강렬한 충격이 씻겨지는 느낌이어서 실망스럽다. 이 같은 일탈은 아마도 4편까지 이어지며 할 만한 이야기는 거의 다 털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죽은 리플리까지 되살려낸 20세기폭스사는 급기야 감독마저 할리우드가 아닌 프랑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