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드니 빌뇌브 4

듄(4K)

'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80년대 우연히 사게 된 성음에서 나온 노란색 카세트테이프 때문이었다. 자주 가던 단골 음반가게에 갔다가 곡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검은 옷을 입을 웬 남자가 총 같은 것을 어깨에 걸친 커버에 꽂혀 집어 든 테이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감독이 1984년에 내놓은 영화 '듄'의 OST였다. 당시 극장 개봉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나 소설의 인기와 무관하게 국내 상륙한 OST는 당대 최고의 세션맨 출신들로 구성된 록 밴드 토토(Toto), 브라이언 이노 등 기라성 같은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반은 아니었다. 그래서 영화나 소설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세트테이프와 PC게임으로..

블레이드 러너 2049 (4K 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이 30여 년 전에 만든 '블레이드 러너'(1982년)는 충격이었다. 암울한 회색 빛 영상 속에 갇힌 미래의 세계는 마천루 같은 건물 사이로 자동차들이 날아다니는 첨단 물질문명의 세상이었지만 결코 인간의 행복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사람과 똑같이 생긴 복제인간의 등장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였다. 그때 스콧 감독이 영화 속에서 다룬 시대적 배경이 2019년, 바로 올해다. 물론 영화처럼 자동차들이 하늘을 날고 사람과 구분이 가지 않는 복제인간이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고 줄어들거나 여기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밀려나는 인간 소외 현상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영화와 요즘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만..

프리즈너스 (블루레이)

드니 빌뇌브 감독은 충격적인 내용의 '그을린 사랑'에서 분노와 공포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문화와 종교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이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분노와 공포에 쉽게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보는 사람이 영화 속 등장인물 입장에서 해법을 찾기도 힘들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후속작인 '프리즈너스'(Prisoners, 2013년)에서는 해법을 고르기가 더 힘들어졌다. 미국 동부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던 이웃이 어느날 한꺼번에 아이를 잃어 버린다. 멀쩡하게 잘 뛰어놀던 소녀 둘이 동시에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온 가족은 미친 듯이 아이들을 찾아 헤매지만 흔적 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 경찰은 유력한 유괴 용의자를 확보했지만 증거가 없어 풀어준다. 잃어버린 ..

그을린 사랑(블루레이)

때로는 묻어 뒀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진실의 무게는 더 없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Incendies, 2010년)은 그런 영화다. 와이디 무아와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가상의 중동 국가에서 일어난 일을 다뤘다. 어느날 느닷없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언장을 집행하는 쌍둥이 남매가 그동안 몰랐던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다. 그 과정은 참으로 무서우면서도 끔찍하고 가슴 아프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자란 아이들의 삶은 행복할까, 과연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의 남은 생은 평온할까 하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더불어 어머니는 왜 이토록 비극적이고 끔찍한 과거를 굳이 자식들에게 알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