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라스베가스 7

쇼걸 - 무삭제판 (블루레이)

흔히 라스베이거스를 환락의 도시라고 표현한다. 술과 도박과 쇼가 있기 때문. 여기에 도시도 테마파크처럼 들뜨기 좋게 꾸며 놓았다. 뉴욕 파리 베네치아 등 대도시 축소판 같은 호텔들과 엑스칼리버 룩소 시저스팰리스 MGM그랜드 트레져아일랜드 등 동화와 역사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호텔까지 다양하다. 일 때문에 수십 번 출장을 가 본 라스베이거스는 특히 야경이 휘황찬란하다. 밤이면 호텔마다 갖가지 주제로 야외 행사를 하고 화려한 쇼가 펼쳐진다. 폴 버호벤 감독의 '쇼걸'(Showgirls, 1995년)은 라스베이거스 쇼걸들의 세계에 초점을 맞췄다. 라스베이거스 쇼들은 유명 스타들의 라이브 아니면 서커스나 마술, 도박을 하러 온 성인들을 겨냥한 내용이 많다. 심지어 태양의 서커스 조차 '주마니티'..

벨라지오 호텔 at 라스베가스

북미통신전시회(CTIA)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그동안 일 때문에 셀 수 없을만큼 라스베이거스를 드나들었지만 이번에 찾은 라스베이거스는 조금 달랐다. 거리 곳곳에 새로 짓고 공사하는 호텔이 많아서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경관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에 묵은 벨라지오 호텔을 비롯해 플래닛할리우드 등은 주변에 콘도, 컨벤션센터 등을 새로 올리며 대규모 단지로 변신중이었고 벨라지오 바로 옆에도 호텔을 새로 짓고 있었다. 벨라지오 호텔은 과거에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호텔로 꼽히던 곳이었으며 영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촬영한 명소다. 요즘은 윈(wynn)이라는 호텔에 최고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벨라지오의 명성은 높다. 벨라지오가 유명한 이유는 고풍스런 호텔 분위기와 화려한 분수쇼도 있지만 호텔 주인..

여행 2008.04.04

넥스트

2분 뒤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한 행운을 거머쥘 수도 있고, 크나큰 재앙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발한 상상을 작품으로 만들어낸 인물은 바로 유명한 공상과학(SF) 소설의 대가 필립 K 딕이다. '토탈리콜' '블레이드 런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유명 SF 영화의 원작을 줄줄이 써온 그는 미래를 예지하는 사나이를 주인공으로 ‘골든맨’이라는 단편 소설을 썼다. 리 타마호리 감독의 영화 '넥스트'(Next, 2007년)는 ‘골든맨’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에서 마술쇼를 하는 크리스 존슨(니콜라스 케이지)은 자신과 관련된 2분 뒤 미래를 내다보는 초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축복받은 재능 덕분에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졸지에 FBI와 ..

오션스 13

라스베이거스는 밤에 가야 한다. 밤에는 불야성을 이룬 호텔들이 낮이 되면 탁한 페인트칠과 콘크리트를 드러낸 채 죽어 있다. 마치 화장이 벗겨져 얼굴 가득 주름을 드러낸 퇴기같다. 또 낮에는 어찌나 더운지 조금만 걸어도 등에 땀이 밴다. 그러나 밤에는 서늘한 바람과 화려한 조명 덕에 마치 꿈 속을 거니는 것 같다. 따라서 라스베이거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낮보다 밤에 찾아가야 한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13'(Ocean's 13, 2007년)은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다룬 사기극이다. 동업자에게 배반당한 친구의 복수를 위해 오션(조지 클루니)과 도둑 친구들이 다시 뭉쳤다. 그들의 목표는 지상 최고의 호텔을 꿈꾸는 윌리 뱅크(알 파치노)를 파멸시키는 것. 소더버그 감독은 1편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카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작가는 영혼의 상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을 품어야 애절한 목소리가 나오는 '서편제'처럼 두고두고 파먹을 상처가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 피기스(Mike Figgis) 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 1995년)는 작가의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존 오브라이언의 반 자전적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알코올 중독자(니컬라스 케이지 Nicolas Cage)와 매춘부(엘리자베스 슈 Elisabeth Shue)의 아픈 사랑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자기파괴로 이어지는 한 인간의 절망과 허무를 한 편의 시처럼 훌륭한 영상으로 표현했다. 때로는 흔들리며, 때로는 포커스 아웃되는 영상은 마치 보는 이가 술에 찌든 주인공인 것처럼 감정에 젖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