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라이자 미넬리 3

가족 음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76년에 만든 '가족 음모'(Family Plot)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고 4년 뒤 만 80세 나이로 세상을 떴다. 빅터 캐닝의 소설 '레인버드 패턴'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아이러닉한 스릴러다. 돈 많은 귀부인이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줄 잃어버린 상속자를 찾는다. 하필 이 일을 심령술사인 척 사기를 치고 다니는 커플이 맡는다. 어렵게 단서를 찾아 상속자를 찾는데, 문제의 상속자는 경찰들이 쫓는 희대의 납치범이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인다. 납치범은 사기 커플을 위험한 추적자로 오해해 엄청난 재산을 안겨줄 그들을 죽이려 든다. 결국 영화는 두 가지 추격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물고 물리며 황당한 상황을 연출한다. 히치콕 감독은 세상 만사 속에 숨어든 허..

미스터 아더

중학교 때였던 1980년대 초반 FM 라디오에서 열심히 들었던 노래가 있다. 크리스토퍼 크로스가 애잔한 음성으로 불렀던 영화 '미스터 아더'(Arthur, 1981년)의 주제가 'Best That You Can Do'였다. 당시 이 노래의 인기는 대단해서 FM에서 매일 나오다시피 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세월이 훨씬 흘러서 보게 됐다. 스티브 고든 감독이 만든 영화는 노래에 비하면 기대에 훨씬 못미친 작품이었다. 백만장자 청년이 술에 찌들어 허랑방탕한 세월을 보내다가 가난한 여인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 뜨는 내용이다. 내용은 뻔히 짐작 가능한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형이다. 이야기가 탄탄하려면 인물들이 시선을 잡아 끌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아쉽다. 주인공 아더..

캬바레

1973년에 개최된 제 45 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쟁쟁한 작품들이 맞붙어 화제가 됐다. 설명이 필요없는 '대부', 뛰어난 재난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 위대한 찰리 채플린의 작품' 라임라이트', 그리고 뮤지컬 영화 '카바레'(Cabaret, 국내 개봉제목은 '캬바레')가 모두 72년에 개봉했다. 그 중 최고의 관심사는 작품, 감독, 남우주연,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대부'였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대부'는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말론 브란도), 각색상(마리아 푸조)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치고, '카바레'가 무려 8개 부문을 휩쓸었다. 라이자 미넬리의 연기가 워낙 뛰어난 만큼 여우주연상 수상은 당연한 것이고, 조엘 그레이가 '대부'의 알 파치노를 누르고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밥 포시 감독도 코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