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러셀 크로우 7

언힌지드(블루레이)

데릭 보트 감독의 '언힌지드'(Unhinged, 2020년)는 일상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실감 나는 영화다. 이 영화는 바쁜 출근길에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앞차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가 끔찍한 보복 운전을 당하는 여성 운전자 얘기다. 그런데 보복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저 길을 막아서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여성 운전자의 휴대폰을 빼앗아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살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쯤 되면 사이코패스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를 지나친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흠잡기 힘든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잔혹 보복 범죄를 심심찮게 보기 때문이다. 게임으로 만난 여성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사건이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아메리칸 갱스터(4K 블루레이)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년)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는 1970년대 미국의 추악한 진실을 폭로한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의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0~70년대, 베트남에 주둔하던 미군들은 캄보디아, 라오스로부터 마약을 사들여 미국으로 밀수한다. 이를 사들인 인물은 알려지지 않은 미국 암흑계의 흑인 보스 프랭크 루카스였다. 직접 캄보디아까지 날아가 마약 재배상과 직거래를 튼 프랭크 루카스는 전사한 미군의 관 속에 마약을 숨겨오는 수법으로 미국에 마약을 들여와 삽시간에 미국에서 마약왕으로 부상한다. 그러나 프랭크 루카스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마약수사대의 리치 로버츠 형사에게 체포돼 옥살이를 한다. 리..

로빈 후드 (4K 블루레이)

영국의 전설적 영웅 로빈 후드는 서양판 홍길동이다. 둘 다 못된 부자나 탐관오리를 털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의적이었다. 다만 홍길동은 허균이라는 원작자가 있는 반면 로빈 후드는 백성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 온 민담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만큼 로빈 후드가 실존 인물인지, 가공의 인물인지도 불분명하다. 무리들과 숲에 숨어 살면서 신기에 가까운 활 솜씨로 악당들을 혼내주고 약자를 돕는 로빈 후드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매혹적이다. 당연히 숱한 문학 작품과 영화의 소재가 됐다. 영화만 해도 더글라스 페어뱅크스가 주연한 무성영화 '로빈후드'(1922년)를 비롯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숀 코네리와 오드리 헵번 주연의 '로빈과 마리안'(1976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 훗'(1991년) 등 다양하다. 여기에 ..

레미제라블 (블루레이)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갈수록 진화한다. 처음의 출발은 컨셉트 앨범이었다. 미셀 쇤베르크가 곡을 쓰고 알랑 부브릴이 가사를 쓴 컨셉트 앨범을 토대로 뮤지컬을 만들어 1980년 파리에서 공연을 했다. 3개월 가량 이어진 공연은 인기를 끌었지만 전세계에 알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컨셉트 앨범이 유명 뮤지컬 프로듀서인 카메론 매킨토시에게 넘어가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1985년 런던 초연에서 '레미제라블'의 상징이 된 회전무대와 조명 등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히트한 뮤지컬로 탈바꿈시켰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나 톰 후퍼 감독이 만든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2012년)은 더 한층 진일보했다. 뮤지컬에서 보여주지 못한 풍성한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회전무대로 등장했던 초라..

마스터 앤드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 (블루레이)

피터 위어 감독의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 2003년)는 나폴레옹이 유럽을 지배하던 시절, 거대한 범선들의 장쾌한 해전을 다룬 영화다. 언뜻보면 해적 시리즈를 다룬 해양물처럼 요란한 액션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19세기 당시 해군들의 범선 생활을 충실하게 묘사하다보니 막판 해전 장면을 제외하고는 영화가 다소 늘어지는 편이다. 선원들과 장교들의 갈등, 이들을 통솔하기 위한 함장 잭 오브리(러셀 크로우)의 분투, 사관후보생들의 고민 등을 꼼꼼하게 영상에 담았기 때문. 그만큼 19세기 영국 해군에 대한 배경 지식과 그들의 생활상에 관심이 없다면, 2시간 18분의 상영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