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레이첼 맥아담스 8

사우스포(블루레이)

안톤 후쿠아(Antoine Fuqua) 감독의 '사우스포'(Southpaw, 2015년)는 챔피언에서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가 재기하는 권투선수 이야기다. 많은 권투 영화가 그렇듯 이 작품도 좌절의 순간을 이겨내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설정이 '록키'와 비슷하다. 내용은 43승 무패의 전적을 갖고 있는 라이트 헤비급 권투선수 빌리(제이크 질렌할 Jake Gyllenhaal)가 잃었던 영광과 가족을 되찾기 위해 링에 서는 이야기다. 어느 날 도전자와 사소한 시비 끝에 가족을 잃는 비극을 겪은 빌리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급기야 딸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빌리는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동네 체육관장 틱을 찾아간다. 틱(포레스트 휘태커 Forest Whitaker)은 빌리를 기본부터 다시 가르치며 변칙적인..

모스트 원티드 맨(블루레이)

안톤 코르빈 감독의 '모스트 원티드 맨'(A Most Wanted Man, 2014년)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마지막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지 1주일 뒤 약물을 혼합 복용하고 뉴욕의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의 나이 46세였다. 뉴욕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5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리플리'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등에서 조연이지만 개성 강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미션 임파서블 3' 등에서 선보인 인상적인 악역은 호프만이 얼마나 다양한 색깔을 지닌 배우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가 기획하고 주연한 '카포티'는 호프만의 독무대였다. 강렬하고 선 굵은 연기로 작가 카포티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준 ..

스포트라이트 (블루레이)

2001년 미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는 지역의 가톨릭 교구 사제들이 아동들을 성추행했다는 사건을 보도했다. 1976년부터 무려 30년 가까이 80여명의 아이들이 성추행 당한 사건으로, 추기경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보도의 파문은 컸다. 관련 당사자들은 파문을 당했고 일부는 감옥에 갇혔으며 천주교에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무려 30년 가까이 묻혔던 진실을 파헤친 것은 보스턴글로브 내 4명으로 구성된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였다. 각본과 연출가지 맡은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년)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감독은 4명의 기자들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쫓으며 영상으로 보여줬다. 얼핏보면 기자들이 증인들을 만나 신..

어바웃 타임 (블루레이)

일본의 문학평론가 고바야시 히데오는 창조란 예술가의 사상과 표현이 일치하는 것, 즉 사상과 표현의 동시성이라고 봤다. 그래서 그는 "생각과 글을 쓰는 일 사이에 구별이 없다. 서툴게 쓰는 것은 서툴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그런 점에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작품을 보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 지, 그리고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 지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마지막 연출작이라고 공언한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년)은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찌보면 사랑에 대한 판타지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의 과거 어느 한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한된 시간 여행 능력을 가진 청년이 사랑을 위하여 겪는 이야기들을 동화처럼 엮은 작품이다. 이..

미드나잇 인 파리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파리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1920년대 파리에 머물렀던 시절을 회상하며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년)는 이를 여실히 증명하는 영화다. 그는 파리 곳곳의 아름다운 풍물에 카메라를 갖다 대고 파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도시인 지를 보여준다. 파리를 가보지 않았거나 갈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가이드영화다. 특히 촬영을 맡은 다리우스 콘지 감독은 거리를 거니는 관광객처럼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영상들을 편안하게 담았다. 어찌나 영상이 곱고 예쁜 지, 파리에 대한 없던 환상이 생길 듯 싶다. 그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