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버트 쇼 5

스팅(4K 블루레이)

1970~80년대 영화 소설을 줄줄이 펴내던 한진출판사에서 낸 책 중에 '나는 놈 위를 기는 놈'이란 책이 있다. 사기꾼을 등쳐 먹는 희대의 사기꾼들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정교한 계획과 엄청난 노력에 감탄을 한 적이 있는데,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스팅'(The Sting, 1973년)도 그런 영화다. 겁 없는 두 사나이가 정교한 사기극으로 미국 거물 갱단 두목을 홀랑 베껴 먹는 이야기다. 그 계획이 어찌나 정교하고 기가 막힌 지 영화를 보며 연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이용하는 수법은 1930년대에 가능한 전신 사기다. 즉 방송 중계의 지연 시간을 이용해 그전에 승부가 결정 난 경마에 배팅하는 이야기다. 방송과 통신 기술이 발달한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죠스(4K 블루레이)

'죠스'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 손바닥만 한 삼중당 문고를 통해서였다. 내용은 미국 어느 바닷가 마을에 식인 상어가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다. 당시 피터 벤칠리의 원작을 읽으며 백상아리의 습격이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커다란 상어를 본 일도 없을뿐더러 바닷속에서 소리 없이 습격하는 상어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활자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뒤 TV에서 방영해 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Jaws, 1975년)를 보고 나서 상어의 습격이라는 것이 상상 이상의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영화는 벤칠리의 원작을 뛰어넘는 시각적 힘이 있다.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그리던 백상아리의 존재부터 선박을 물어뜯는 가공한 공격력을 눈으..

발지대전투

'지상최대의 작전'을 만든 켄 아나킨(kenneth Annakin) 감독의 '발지대전투'(Battle of Bulge, 1965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후의 기갑전이었던 아르덴 전투, 소위 벌지 대전투를 재현한 전쟁영화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패색이 짙던 나치 독일은 최후의 공세로 1944년 12월 16일 마지막 남은 기갑부대를 총동원해 연합군을 공격한다. 타이거 중전차로 무장한 독일 기갑군은 느슨해진 연합군 전선을 돌파해 양분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연료 등 후속 지원의 부족으로 예봉이 꺾인 상태에서 급기야 패튼(George Patton Jr.) 장군의 반격을 받아 주저앉고 만다. 이 전투의 패배로 독일은 서쪽의 연합군과 동쪽의 소련군 등 양수겸장을 맞아 급기야 패망하게 된다. 영화는 방..

배틀 오브 브리튼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소수의 사람들에게 빚을 진 적이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10월 영국 본토 항공전을 견뎌 낸 처칠 수상의 유명한 소감이다. 영국 본토 항공전은 유럽을 휩쓴 나치 독일이 영국 본토 상륙에 앞서 1940년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전투기와 폭격기를 총동원해 영국을 폭격한 사건을 말한다. 유럽에서 패퇴 후 영국으로 철수한 영국군은 중과부적 상태에서도 전투기를 각지로 산개해 독일 공군에 치명타를 안겼다. 히틀러는 1940년 9월 15일 독일 공군을 총동원해 런던을 공습하나 크게 패한 뒤 영국 본토 상륙을 무기한 연기했다. 영국은 이날을 기념해 영국 본토 항공전의 날(Battle of Britain)로 정했다. 007 시리즈로 유명한 가이 해밀턴..

007 위기일발

007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1963년)은 1탄 '살인번호'보다 앞서 국내 수입돼 이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 007을 처음 알린 의미 있는 작품답게 크게 성공해 당시 20만 명 넘는 관객이 들었다. 내용은 러시아의 최신 암호해독기를 훔치려는 스펙터 일당과 이를 막으려는 007(숀 코네리 Sean Connery)의 대결을 다뤘다. 1편에 이어 테렌스 영(Terence Young)이 감독을 맡은 이 작품은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에 치중한 요즘 007 시리즈와 달리 스릴러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볼거리는 많지 않아도 줄거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또 매트 몬로가 부른 'From Russia with L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