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베르토 베니니 2

인생은 아름다워 (블루레이)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1997년)는 말이 필요없는 감동적인 걸작이다. 베니니가 각본을 쓰고 감독에 주연까지 한 이 작품은 코미디 속에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의 비극을 절묘하게 녹여냈다. 그러나 결코 그 과정이 과장되거나 경망스럽지 않다. 오히려 아픔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짓는 웃음처럼 희극 뒤에 배어나는 페이소스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 가장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노력을 담았다. 아버지는 철부지 아들에게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상품을 타기 위한 놀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소리지르는 독일군은 점수 따는 것을 방해하는 훼방꾼이며, 그들에게 들켜서 상품도 못탄 채 집에 가지 않으려면 숨..

커피와 담배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와 담배'(Coffee and Cigarettes, 2003년)는 진한 커피 향과 담배 냄새가 가득 배어있는 작품이다. 1986년부터 17년 동안 틈틈히 만든 11개의 단편을 묶어놓은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커피와 담배를 피우며 나누는 사람들의 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시종일관 영화는 좁은 테이블 위에 커피잔을 올려놓고 담배를 마주 피우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로만 진행된다. 어떤 사건이나 변화없이 한정된 공간에서 대사에만 의존해 영화가 진행되다보니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특히 커피와 담배를 싫어한다면 이 영화와 함께 호흡하기 힘들다. 커피와 담배를 매개로 사람들의 일상을 심드렁하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스타일과 닮았다. 다만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틀리다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