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봇 5

빅 히어로 (블루레이)

일본의 마징가Z와 여기 영향을 받은 로보트 태권V로 대표되는 1970년대 흑백TV와 극장에서 만난 로봇물들은 특징이 있었다. 높은 건물만한 로봇 몸체 안에 사람이 비행체를 타고 결합해 조종하고, 거대한 주먹을 미사일처럼 발사해 적을 쓰러 트렸다. 한마디로 사람이 조종대로 움직이는 기계에 가깝다. 하지만 1990년대 등장한 '자이언트 로보'나 '아이언 자이언트' 등 일본과 미국 로봇물들은 성격이 다르다. 이들은 화려한 기능은 없지만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정해진 원칙에 따라 움직이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기계라기 보다 친구에 가까운 개념이다. 월트디즈니가 마블과 손잡고 내놓은 '빅 히어로'(Big Hero 6, 2014년)는 작품의 배경이 된 동,서양의 만남 못지 않게 1970..

로보캅 (리메이크작, 블루레이)

흑백TV 시절, 주말이면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던지고 즐겨 보던 낮 방송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600만불의 사나이'와 사촌 격인 '소머즈'다. 리 메이저스와 린제이 와그너를 스타로 만든 두 작품은 사고로 신체 일부를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 얘기다. '뚜뚜뚜뚜' 거리는 특수 효과음과 함께 그들이 발휘하는 엄청난 능력은 동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 바람에 600만불 사나이를 쫓아서 높은 데서 뛰어내리다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아이들 이야기가 간간히 신문에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두 프로그램은 당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인기의 비결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 누구나 부러워하는 능력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리 메이저스가 연기한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

퍼시픽 림 (블루레이)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Pacific Rim, 2013년)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특촬물을 보는 듯 하다. 마치 '고질라'와 '트랜스포머'를 섞어놓은 듯한 내용은 그다지 독창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거대 로봇이나 괴수 모두 창조적인 아이디어라고 주장하지만 저패니메이션의 로봇물과 괴수시리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이 같은 작품들의 팬이다 보니 결국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비싼 돈을 들여서 다시 만든 특촬물을 보는 것 같다. 문제는 독창성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한 술 더 떠 유치하기까지 하다. 차별화를 위해서 두 명의 조종사가 서로 싱크로나이즈를 통해서 로봇을 조종하는 설정을 택했는데, 마치 2인 댄스를 보는 것처럼 황..

트랜스포머 3 (블루레이)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3'는 3부작의 완결편답게 온갖 로봇들이 총출동해 일대 결전을 벌인다. 엄청나게 쏟아 부은 물량 공세 덕분에 요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2011년 6월 29일 국내 개봉일에 54만4,995명이 입장하며 개봉 첫째 날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상영 기간 관객 동원 숫자도 778만명으로 역대 외화 흥행 순위 3위에 오르며, 시리즈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들었다. 참고로, 2007년 개봉한 1편은 740만명이 관람해 역대 외화 흥행 순위 5위다. 오락 영화로서 괜찮은 성적표를 올린 비결은 실사와 컴퓨터그래픽을 절묘하게 섞은 볼거리다. 집채만한 로보트들의 움직임을 마치 실사처럼 실감나게 구현한 컴퓨터그래픽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자동차가 달리는 상태에..

리얼스틸 (블루레이)

로봇이 나온다고 해서 트랜스포머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숀 레비 감독의 '리얼스틸'(Real Steel, 2011년)은 로봇을 매개로 한 따뜻한 가족영화다. 고아처럼 혼자 살아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들이 가족의 정을 회복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매개체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격투용 로봇이다. 가까운 근 미래, 사람들은 과격한 스포츠를 위해 격투용 로봇을 만든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잘려나가거나 머리가 뽑혀도 심적인 고통을 덜 받기 위해서다. 로봇을 통해 과격한 액션은 액션대로 살리고 따뜻한 가족애도 부각시키겠다는 1석2조의 발상이다. 그런데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거칠게 충돌하는 무쇠 덩어리들의 이면에서 서서히 관계를 회복해 가는 아버지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