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빈 윌리엄스 6

엘튼 존 60 라이브 앳 매디슨스퀘어 가든(블루레이)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날이면 듣기 좋은 노래가 엘튼 존의 'We All Fall in Love Sometimes'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말하지, 오늘 비가 올 것 같다고'(wise men say, it looks like rain today...)로 시작하는 노래는 '우리는 모두 때때로 사랑에 빠지네'(we all fall in love sometimes)로 마무리된다.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은 명반으로 꼽히는 '캡틴 판타스틱 앤 브라운 더트 카우보이' 앨범이다 재킷을 양면으로 쫙 펼칠 수 있게 제작된 이 LP 음반은 만화같기도 하고, 딥 퍼플의 음반 'April' 커버로 쓰여 유명한 네델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커버가 인상적이다. 이 음반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곡이..

알라딘 (블루레이)

어려서 읽은 '아라비안 나이트'는 보물창고 같았다. 온갖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훗날 어려서 본 것은 상당히 순화된 빙산의 일각이었고 실제 '천일야화'는 어른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쨌든 이야기의 보물창고인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가 신드밧드와 바로 알라딘이다. 재미있는 점은 정작 아랍어로 쓰인 원전에 포함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영어로 옮긴 사람들이 워낙 재미있는 중동 설화이다 보니 슬쩍 끼워넣은 것인데, 정작 주객이 전도돼 영역본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됐다. 당연히 디즈니가 이를 놓칠리 없다. 디즈니가 내놓은 31번째 애니메이션 '알라딘'(Aladdin, 1992년)은 알리바바가 오래된 마법 램프를 얻어..

해피 피트2 (블루레이)

탭댄스 추는 펭귄이 돌아 왔다. 조지 밀러 감독의 '해피 피트2'(Happy Feet 2, 2011년)는 음치지만 춤 하나는 기가 막히게 췄던 황제펭귄 멈블이 아빠가 돼서 따뜻한 부성애를 발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아빠 만큼 춤을 추지 못하는 몸치다. 대신 천상의 목소리라 할 만큼 노래를 잘 부른다. 춤 잘 추는 아버지에 노래 잘하는 아들, 이쯤되면 그림이 나온다. 전편처럼 여전히 화려한 댄스와 노래가 가미된 펭귄들의 뮤지컬이다. 여기에 바다코끼리, 새우, 고래 등 다채로운 짐승들과 인간까지 실제로 출연해 버라이어티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전편의 히트 요소를 이어 가면서 새로운 볼거리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전편만큼 새롭지는 않지만 제작진의 전략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익히 ..

프레리 홈 컴패니언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이단아로 꼽히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은 그만의 연출 스타일이 있다. 여러 배우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연기의 합을 이루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식이다. 앙상블영화로 불리던 알트만 스타일을 고집했던 이유는 "한 장소에 인간들을 몰아넣고 기다리면 저절이 상황이 벌어진다"고 믿었기 때문. 이 같은 그의 스타일을 확연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유작인 '프레리 홈 컴패니언'(A Prairie Home Companion, 2006년)이다. 심장 이식수술을 받고 81세라는 고령에 이 작품을 만든 알트만은 그해 11월 암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 영화는 실제 진행 중인 라디오 생방송을 소재로 삼았다. 극중 진행자로 나오는 게리슨 케일러가 1974년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시작한 동명의 라디오쇼는 40년..

어거스트 러쉬

커스틴 쉐리단 감독의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2007년)는 참으로 황당한 영화다. 아예 대놓고 코미디물이나 SF를 표방하고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굉장히 진지한 척하며 감동을 가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이가 없다. 쉐리단 감독은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해 음악이 맺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집착이 만사를 해결하는 요술지팡이가 될 수는 없다. 감독이 음악이라는 매개체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주인공 소년인 어거스트 러쉬(프레디 하이모어)는 모짜르트, 베토벤, 하이든을 모두 섞어놓은 듯한, 거의 음악의 신 뮤즈에 가까운 신동이 돼버렸다. 생전 처음 보는 기타와 파이프 오르간을 수십년 갈고 닦은 전문 연주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