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류덕환 3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4번째 작품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년)을 보면 프랑스 사람들이 홍 감독 작품을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뜻밖에도 프랑스 가수 제인 버킨이 깜짝 출연한다. 배우이자 가수인 그는 프랑스 샹송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마치 소녀가 속삭이는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로 읊조리듯 부르는 유명한 노래 'Yesterday Yes a Day'를 들어보면 그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67세 할머니여서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젊은 시절에는 아주 예쁜 패션모델 같은 외모로 이름을 날렸다. 역시 유명 가수인 세르주 갱스부르와 결혼해 낳은 딸 샤를르 갱스부르 또한 배우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 버킨이 이 작품에 출연한 이유는 홍 감독의 전작인..

그림자 살인

탐정물의 재미는 수수께끼 풀이와 일맥 상통한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뇌 플레이는 곧 제작진과 관객의 싸움이다. 한국의 탐정물을 표방한 박대민 감독의 '그림자 살인'은 그런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의 비밀을 푸는 탐정(황정민)과 그 일행(류덕환, 엄지원)의 활약을 다룬 스토리는 치밀했지만 관객과의 게임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선이 적절하게 스며들어간 이야기는 나름대로 탄탄해서 끝까지 영화를 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종반으로 치달을 수록 사건의 해결 과정이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다. 이유는 한가지, 추리극의 기본 원칙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추리극은 초반에 제시된 인물들 속에서 범인이 등장하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다. 결코 독자..

영화 2009.04.11

우리 동네 (SE)

세상이 흉흉하다보니 연쇄살인이 영화속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정길영 감독의 '우리 동네'(2007년)도 '추격자'처럼 연쇄살인범을 쫓는 영화다. '추격자'와 소재가 비슷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된다. '추격자'가 범인을 드러내놓고 범죄행각을 역추적하는 반면 '우리 동네'는 연속해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따라 범인을 밝혀내는 스릴러물이다. 이야기 진행방식 만큼이나 관점도 다르다. '추격자'가 연쇄살인범 앞에서 속수무책인 경찰의 무능과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꼬집은 반면 '우리 동네'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집요하게 되풀이하는 인연의 끈에 집착한다. 재미도 다르다. '추격자'는 살인범과 그 뒤를 쫓는 주인공의 숨막히는 추격전으로 잠시도 쉴틈없이 긴장 속으로 몰아치는 반면 '우리 동네'는 수사극을 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