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르네 젤위거 5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블루레이)

브리짓 존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낙천성이다. 그는 어떤 곤란한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이를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인다. 낙하산이 잘못 떨어져 돼지우리에 곤두박질치거나 자동차가 심하게 튀긴 빗물을 홀랑 뒤집어 써서 새로 맞춘 옷과 머리가 몽땅 젖어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오물투성이가 된 채로 방송을 하고 연인을 찾아간다. 그런 낙천성과 대책없는 저돌성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짠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하이틴 로맨스 같은 판타지에 가깝다. 아무리 힘들게 비비 꼬여도 결국 아름다운 사랑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워킹타이틀이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장점이면서 흥행 포인트이기도 하다. 적어도 영화보는 동안 관객들은 복잡한 세상사를 잊고 브리짓 존..

시카고 (블루레이)

'All That Jazz'라는 노래로 유명한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시카고'(Chicago, 2002년)는 매력적인 영화다. 살인을 저지르고 감독에 갇힌 여죄수들이 살려고 몸부림치는 내용. 재미있는 것은 하나같이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기와 거짓말, 권모술수로 일관한다는 것. 얼마나 배심원을 잘 속이고 언론을 이용해 눈물샘을 자극해 무죄를 받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통해 미국 배심원제도의 문제점, 선정적인 주제를 향해 달려드는 옐로 저널리즘, 돈만 밝히며 재판을 부추기는 변호사 등 미국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만큼 법을 속이는 악녀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이를 풀어낸 노래와 춤도 흥겹다. 아무래도 뮤지컬의 승부수는 노래와 춤에서 갈리는 법인데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성공했다. 영화를..

브리짓 존스의 일기(블루레이)

연애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심리전이다. 하지만 완벽한 전술이 없듯,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방법이 없다 보니 때론 어긋나기도 하고 때론 운명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샤론 맥과이어(Sharon Maguire) 감독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년)는 연애가 얼마나 힘든 전쟁인 지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하물며 마음이 급한 30대 노처녀에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헬렌 필딩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30대 노처녀가 두 명의 남성 사이에서 운명처럼 얽힌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내용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배역이 기가 막혔다. 이미 영화 제작 이전부터 소설이 잘 팔린 덕분에 노처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브리짓 존스를 르네 젤위거(Renee..

콜드 마운틴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찰스 프레지어의 원작 소설을 '리플리'의 앤서니 밍겔라(Anthony Minghella) 감독이 영화로 만든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 2003년)은 강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남자들이 모두 군대로 끌려간 뒤 홀로 남은 여인들은 전쟁터에 끌려간 남자들 못지않게 혹독한 삶과 전쟁을 치른다. 전쟁터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는 남자들은 오랜 역사 속 역할이 원래 그랬으니 그렇다 쳐도 하루하루 힘든 삶을 견디며 남자들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강인하고 위대해 보인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밍겔라의 영화는 정치적 이유로 벌어진 전쟁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하드라마처럼 펼쳐놓았다. 화면도 웅장하고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가는 힘도 있지만 다소 늘어지는..

샤크

'슈렉'을 만든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와 빅키 젠슨(Vicky Jenson) 감독은 '샤크'(Shark Tale, 2004년)를 통해 바닷속 용궁을 풍자의 세계로 바꿔 놓았다. 형형색색 산호가 네온사인처럼 빛나는 '코랄콜라' '겁' '피시킹' 등 유명 상표를 빗댄 간판과 생선회집 등이 들어찬 바닷속 거리는 영락없는 뉴욕 타임스퀘어와 라스베이거스, 도쿄의 긴자거리를 빼닮았다. 거리뿐 아니라 캐릭터까지 실존 인물들을 흉내 냈다. 떠벌이 물고기 오스카는 윌 스미스(Will Smith), 바닷속 마피아인 상어 대부 돈 리노는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 돈벌이에만 급급한 얌체 복어 사익스는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을 닮았다. 화려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