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리암 니슨 17

위도우즈(4K 블루레이)

스티브 맥퀸 감독의 '위도우즈'(Widows, 2018년)는 제목처럼 어떤 사건에 휘말려 과부가 된 여인들이 살기 위해 범죄와 복수를 동시에 벌이는 영화다. 원래 영국에서 방영된 TV 시리즈를 영화로 다시 만들었다. 어린 시절 이 시리즈를 본 스티브 맥퀸 감독이 깊은 인상을 받아 영화로 다시 만든 것. 영화의 묘미는 범죄와 복수 사이에 숨어 있는 반전의 비밀. 특히 여타 범죄 영화와 달리 총질과 액션에 닳고 닳은 여인들이 아닌 생전 처음 한탕에 나선 서툰 여인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준비 과정이나 진행이 서툴러서 조마조마한 긴장을 유발한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범죄 조직과 벌이는 액션은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지 못한다. 그동안 '노예 12년'이나 '셰임' 등 드라마에 일가견을 보인 스티브 맥퀸..

쉰들러리스트 (4K 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년)에 대한 평 중에 한 달 전 작고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짧은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일 도둑의 손수레를 검사하는 경비원이 있다. 경비원은 도둑이 훔쳐가는 게 뭔지 알아낼 수가 없다. 도둑이 훔치는 건 손수레다. 유대인들은 쉰들러의 손수레다." 촌철살인, 그야말로 이 영화의 의미를 몇 개의 문장에 함축적으로 잘 담아냈다. 이 작품은 나치당원이면서 독일인 사업가였던 오스카 쉰들러가 수용소에 갇힌 수많은 유대인들을 살려낸 실화다. 쉰들러는 나치 군인들에게 뇌물을 써서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 직공으로 빼돌려 목숨을 구했다. 물론 그가 세운 냄비와 군수공장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비록 공장은 망했지만 그는 ..

논스톱: 블루레이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의 '논스톱'(Non-Stop , 2014년)은 기내에서 벌어지는 비행기 납치를 다룬 액션 스릴러물이다.테러리스트들이 기내에 잠입해 비행기를 납치하는 설정은 여타의 하이재킹 영화와 비슷하지만 범인들의 정체가 후반부에 이를 때까지 드러나지 않아 마치 밀실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다. 사실상 하늘의 밀실이나 다름없는 기내에서 승객과 함께 갇힌 주인공이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재미가 있다.주인공은 리암 니슨이 맡았다. 리암 니슨은 항공 수사관이라는 특이한 역할로 등장한다.한국에는 항공 수사관이 따로 없지만 워낙 항공기 테러가 많은 미국에서는 기내에 무장한 채 탑승해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항공 수사관이 있다. 보통 주요 노선에 2명 정도 배치된다고 한다.이 작품에서 리암 니슨은 그가 이전에 출..

배트맨 비긴즈(4K 블루레이)

5번째 배트맨 시리즈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2005년)는 요즘 영화의 트렌드가 되다시피 한 프리퀄이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 부모가 살해당한 뒤 힘든 시절을 보내고 배트맨이 되기 전 7년 동안 세상을 떠도는 과정과 배트맨 마스크를 처음 쓴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히 영화의 분위기는 무겁다. 놀란 감독은 끝없는 고뇌 끝에 영웅이 태어나는 과정을 공포물처럼 처리해 액션에 치중한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했다. 어지러운 액션과 탱크 같은 배트카 못지않게 볼 만한 것은 화려한 조연들. 리암 니슨,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와타나베 켄, 게리 올드만, 룻거 하우어 등 오히려 주연보다 유명한 조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를 빈틈없이 꽉 ..

더 그레이(블루레이)

조 카나한 감독의 '더 그레이'(The Grey, 2012년)는 자연이 주는 공포, 특히 야생의 공포를 생생하게 잘 다룬 재난 영화다. 무엇보다 극한의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적이 주는 공포와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이 일품이다. 내용은 눈폭풍을 만나 설원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7명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영하 수십 도로 떨어지는 혹한도 끔찍한데 이들의 뒤를 굶주린 늑대 무리까지 따른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늑대들은 우두머리의 지휘에 따라 살아남은 사람들은 한 사람씩 차례로 사냥한다. 남은 사람들은 필사의 몸부림으로 달아나지만 엄청난 추위와 인적 없는 숲 등 자연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 영화가 뛰어난 것은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를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잘 묘사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