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리차드 기어 6

아임 낫 데어(블루레이)

밥 딜런(1941~)은 다재다능한 예술가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이면서 화가이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이다. 서부극 '관계의 종말'을 비롯해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유대인인데도 기독교에 빠져 가스펠을 부르며 복음을 전파했다.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이토록 여러 가지 분야에서 활약한 것을 보면 타고난 천재인 모양이다. 특히 그가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은 독보적이다. 1960년대 딜런의 포크 음악은 당시 플라워 무브먼트와 함께 미국을 휩쓸었다. 단순히 유행가로 인기를 얻는데 그친 것이 아니다. 평화와 반전, 차별 반대와 화합을 부르짖은 정치색 강한 그의 노래들은 그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를 내뿜는 선동이었다. 1963년 발표한 앨범 'Freewheeling'이 대표적으로, 대중뿐 아니라 많은 영미권 ..

써머스비 (블루레이)

올해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 7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유명 여배우인 조디 포스터가 폭탄 선언을 했다. 바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의혹이 있긴 했으나 스스로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조디 포스터가 "평생의 영혼 자매"라며 동성 연인으로 밝힌 인물은 영화제작자인 시드니 버나드다. 시드니 버나드는 바로 존 아미엘 감독의 '써머스비'(Sommersby, 1993년)를 만든 인물. 조디 포스터는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다. 이 작품 출연을 계기로 조디 포스터와 시드니 버나드는 가까워져 15년간 동거했다. 시드니 버나는 조디가 낳은 두 아이를 함께 키우며 살다가 2008년 헤어졌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밝혔듯 다시 만났다. 이 때문에 '써머스비'를 떠올리면 조디 포스터의 커밍아웃이 먼..

아메리칸 지골로 (블루레이)

1980년대 중반 국내에서 폴 슈레이더 감독의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 1980년)는 원래 제목대로 개봉되지 않았다. 당시 개봉 제목은 '리처드 기어의 아메리칸 플레이보이'. 남창을 뜻하는 지골로의 부정적인 의미도 문제였지만, 당시 사람들이 지골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개봉도 해외에 비해 한참 늦은 1985년에 이뤄졌다. 후속작 '사관과 신사'가 1983년에 먼저 들어와 국내에서 리차드 기어의 인기가 올라가자 뒤늦게 개봉했다. 리차드 기어의 인기도 인기지만 이 작품은 사실 주제가 때문에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데보라 해리가 보컬로 있었던 밴드 블론디가 부른 주제가 'Call Me'는 빌보드 차트 넘버 1에 오르며 영화보다 먼저 국내에 상륙했다. 당시 작곡가 ..

시카고 (블루레이)

'All That Jazz'라는 노래로 유명한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시카고'(Chicago, 2002년)는 매력적인 영화다. 살인을 저지르고 감독에 갇힌 여죄수들이 살려고 몸부림치는 내용. 재미있는 것은 하나같이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기와 거짓말, 권모술수로 일관한다는 것. 얼마나 배심원을 잘 속이고 언론을 이용해 눈물샘을 자극해 무죄를 받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통해 미국 배심원제도의 문제점, 선정적인 주제를 향해 달려드는 옐로 저널리즘, 돈만 밝히며 재판을 부추기는 변호사 등 미국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만큼 법을 속이는 악녀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이를 풀어낸 노래와 춤도 흥겹다. 아무래도 뮤지컬의 승부수는 노래와 춤에서 갈리는 법인데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성공했다. 영화를..

쉘 위 댄스 (블루레이)

1960년대말부터 70년대초 20대였던 일본 전공투 세대들은 당시 치열한 삶을 살았다. 1980년대 우리네 전대협같은 기구였던 전학공투회의, 즉 전공투 세대들은 도쿄대 점거농성 등을 벌이며 어떻게 살것인가로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이들은 19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철저한 성장의 논리에 파묻혀 세상에서 잊혀진 세대가 됐다. 오히려 1991년부터 시작된 주식과 부동산 경기침체로 일본이 소위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르는 장기불황에 빠져들면서 40대가 된 전공투 세대들은 가장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쉘 위 댄스'(1996년)는 바로 이러한 전공투 세대의 허무를 담고 있다. 언뜻보면 춤이나 배우는 한가로운 중년의 이야기를 다룬 것 같지만, 사실은 전공투 세대인 40대들의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