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릭 윤 4

분노의 질주(4K 블루레이)

귀를 찢는 듯한 굉음, 폭발하듯 달려나가는 자동차. 스피드에 모든 것을 건 젊은이들의 세계가 펼쳐지는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 2001년)는 길거리 레이싱이라는 소재만으로도 피를 끓게 만든다. 정규 경기장이 아닌 야밤 도심에서 도로를 차단하고 펼쳐지는 폭주족들의 경주를 다룬 이 작품은 절대적 존재인 자동차들의 스피드를 잘 살렸다. 롭 코헨 감독의 긴장감을 한껏 높인 옥죄는 듯한 연출과 화려한 자동차 경주 장면이 묘미. 할리우드 히트작 답게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다. 당시로서는 빅 스타급이 아니었던 빈 디젤은 이 영화로 큰 인기를 끌었다. 빈 디젤도 이 작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폴 워커는 이 작품이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 작품으로 ..

삼나무에 내리는 눈

스콧 힉스 감독의 '삼나무에 내리는 눈'(Snow Falling On Cedars, 1999년)은 미국의 아픈 역사에 메스를 들이 댄 영화다. 그것도 인디언 학살이나 노예제처럼 먼 옛날이 아닌 그리 얼마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과거의 상처다. 이 영화는 미국이 미국 시민을 어떻게 다루었는 지 치부를 드러낸 작품이다. 어찌보면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기도 하다. 내용은 1950년대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주검이 발견되면서 마녀 사냥처럼 미국 시민권자인 일본인 젊은이가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 이야기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제 2 차 세계대전을 치른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사실 여부를 떠나 일본인 피의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다. 오히려 일본계 젊은이는 적..

닌자 어쌔신

'닌자 어쌔신'(Ninja Assassin)은 '매트릭스' 시리즈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을 맡고, 가수 비가 주연을 해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감독은 '브이 포 벤데타'를 만들었던 제임스 맥티그. 잔인하다고 입소문이 나서 궁금했는데, 의외로 만화같은 영상은 생각만큼 잔인하지 않았다. 표창과 칼이 난무하는 바람에 팔, 다리가 잘려나가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지만 마치 비디오 게임처럼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무덤덤하게 다가온다. '매트릭스' 2편과 3편에서 조감독을 맡고, '브이 포 벤데타'를 연출한 감독답게 제임스 맥티그는 이 작품에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표창과 허공을 누비는 비의 액션이 게임처럼 묘사됐다. 그에 비해 내용은 빈약하다. 자신을 길러준 조직에 맞선 외로운 ..

영화 2009.12.06

007 어나더데이

007 시리즈 제작 4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20번째 작품 '어나더데이'(Dia Another Day, 2002년)는 화려한 특수효과로 승부를 건 영화다. 그만큼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는 많다. 그러나 리 타마호리(Lee Tamahori)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북한군을 적으로 삼은 배경 때문에 여러 가지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일단 작품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고증이 엉망이다. 북한군이 희한한 명찰과 복장을 하고 나오고, 장승에 '늙은 사람', 지뢰 지역 표시판에 '지뢰 출몰'로 표시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묘사했다. 007은 여전히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osnan)이 연기했으며 주제가를 마돈나(Madonna)가 불렀다. 마돈나는 펜싱 연습 장면에 카메오 출연한다. 007 시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