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매염방 2

영웅본색3 (블루레이)

서극 감독의 '영웅본색3'(1988년)는 여러모로 낯선 영화다. 전작들인 영웅본색 1,2와 너무 다른 이야기와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작들의 주인공 가운데 주윤발만 등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오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무대가 홍콩이 아니다. 일부 홍콩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베트남에서 벌어진다. 그것도 홍콩 갱 조직 내의 음모와 배신, 의리가 얽힌 전형적인 홍콩 느와르 스타일이 아닌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한 남자들의 순애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점이 기존 영웅본색 시리즈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줬고, 반면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된 색다른 요인이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의 성격이 많이 달라진 것은 제작을 맡은 서극이 직접 감독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2편 제작 때부터 의견..

아비정전 (블루레이)

나른하고 후덥지근한 여름, 턴테이블에서 맘보 음악이 바람 불 듯 흘러나오고, 여기 맞춰 청년이 흐느적거리듯 춤을 춘다. 잊을 수 없는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Days of Being Wild, 1990년)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세기말 홍콩 반환을 앞두고 불안했던 홍콩 사람들의 심리를 투영한 작품이다. 영상이나 구성이 꽤나 공들여 잘 만든 작품인데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유는 왕가위의 데뷔작이었던 '열혈남아'에 매료된 사람들이 또다시 툭툭 끊어지는 듯한 빠른 몽타주 기법의 액션과 열정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고 봤다가 너무나 긴 호흡의 서정적인 이야기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열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