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시리즈는 SF영화 속에서도 독특한 범주에 속한다. 아들이 아버지를 미래로 보내 자신을 잉태하게 만드는 등 인물들의 관계가 시공간을 왜곡하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물고 물린다. 4편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는 기계들에게 잡혀간 미래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아들이 나서는 이야기다. 말이 되고 안되고는 따질 필요가 없다. 어차피 허구를 바탕으로 출발한 SF 시리즈물이니까. 미래의 아버지가 미래의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다는 1편의 설정은 충격적이면서 기발했다. 그런데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소재의 신선함은 사라지고 요란한 액션만 남았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오토바이로 변하는 기계부터 집채보다 큰 대형 로봇, 사람을 쏙닮은 그럴 듯한 로봇까지 희한한 존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