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명계남 2

반칙왕 (블루레이)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최고의 스포츠 중계방송은 단연 프로레슬링이었다. 레슬링이 있는 날이면 집으로 뛰어들어와 책가방을 던져두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김일, 여건부, 천규덕 등은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고 상대적으로 일본의 이노키 선수는 최고의 악당이었다. 레슬링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지, 일본에서 만든 '타이거마스크'라는 TV 만화영화도 들여와 방송했다.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년)은 과거 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어린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프로레슬링을 통해 현대인들의 꿈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웃음과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다지 유능하지 못한 은행원(송강호)이 어느 날 우연히 레슬링 도장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우상..

남영동 1985

타인의 고통을 무덤덤하게 바라본다는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은 참 불편한 영화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민청련 사건으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실제로 겪었던 고문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한마디로 고문의 일대기다. 시종일관 약 2시간 동안 처절하게 울리는 비명 속에 한 남자가 고문 당하는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 영화는 밑도 끝도없이 시작하자마자 고문실로 잡아들인 남자를 족치며 시작한다. 무슨 영화가 줄거리도 없이 무조건 고문으로 때울 수 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네 과거가 실제로 그랬다. 밑도 끝도 없이 멀쩡히 길가던 사람을 잡아다가 무지막지한 고문으로 빨갱이를 만든 역사가 있다. 그러니 영화..

영화 2012.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