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모니카 벨루치 7

피부를 판 남자(블루레이)

튀니지 출신의 카우타르 벤 하니야(Kaouther Ben Hania) 감독의 '피부를 판 남자'(The Man Who Sold His Skin, 2020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 미술가 빔 델보예(Wim Delvoye)는 2008년 스위스 사람 팀 스타이너의 등에 작품을 문신으로 새겨 발표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델보예는 살아있는 돼지에게도 문신을 새겨 작품으로 발표했다. 워낙 특이한 작품을 많이 만드는 델보예이지만 사람을 비롯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화판으로 썼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작품 활동도 좋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난과 예술가의 독창성을 옹호하는 의견이 엇갈렸다. 벤 하니야 감독은 여기에 이야기를 입혔다. 2011년..

브람스토커의 드라큐라(4K)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Bram Stocker's Dracula, 1992년)는 기존 흡혈귀 영화들과 다르다. 단순히 공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원작에 없는 로맨스를 곁들여 더 할 수 없이 아름답고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바꿔 놓았다. 내용은 영국에 집을 구하려는 트란실바니아의 드라큘라(게리 올드만 Gary Oldman) 백작에게 계약차 방문한 변호사 조나단(키아누 리브스 Keanu Reeves)이 겪는 이야기다. 조나단이 백작의 성에 구금된 동안 드라큘라는 몰래 런던에 도착해 조나단의 약혼녀 미나(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조나단과 친구들은 드라큘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

돌이킬 수 없는(블루레이)

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2002년)은 쉽게 보기 힘든 충격적인 영화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우선 내용이 아주 폭력적이고 거칠다. 지하보도에서 무차별 강간당한 뒤 폭행까지 당한 여자 친구(모니카 벨루치)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선 남자(뱅상 카셀)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강렬한 장면들이 마구 나온다. 붉은색 지하보도에서 벌어지는 9분가량의 강간과 폭력 장면은 여인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서 절로 몸서리 쳐진다. 여인의 복수를 위해 남자가 찾아간 곳은 하필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게이 술집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폭력 장면 또한 처참하다. 남자는 팔이 꺾이고, 엉뚱하게 나선 다른 남성은 소화기로 맞아 ..

라빠르망

질 미무니 감독의 '라 빠르망'(L'Appartement, 1996년)은 여러 사람의 운명을 농락한 팜므 파탈의 이야기다. 한 남자에 대한 집착과 사랑이 여러 사람의 운명을 뒤바꿔 놓으며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가는 과정은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용납하기 힘들만큼 파괴적이다. 영화는 운명에 농락당하는 남자와 이를 조종하는 여자의 각기 다른 시점에서 진행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의 피상적인 이야기가 흐르고 나면, 복기하듯 여자의 무서운 음모가 드러난다. 이 과정이 꽤나 치밀하게 그려져 흥미진진하다. 그만큼 미무니 감독의 탄탄한 대본과 절제된 연출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화장품, 거울과 구두 등 소품을 이용해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암시적으로 나타낸 은유적 구성이 훌륭하다. 여기에는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

말레나 : 무삭제판 (블루레이)

"운명적 외로움과 아름다움을 타고난 죄."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레나'(Malena, 2000년)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사다. 이 대사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전쟁이란 가혹한 조건에서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이 살아남는 이야기다. 모니카 벨루치가 연기한 주인공 말레나는 너무 아름다워 마을 남자들의 동경을 받지만 그만큼 여인들의 질시 속에 가게에서 빵조차 살 수 없어 굶주리는 힘든 나날을 보낸다. 아름다움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지만 그를 비참하게 만드는 독이기도 한 셈이다. 비단 주인공 뿐만이 아니다. 말레나를 시기하던 여인들은 결국 그의 미모 때문에 상처받고 증오와 분노를 퍼붓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 언제나 그렇듯 과거를 되돌아 보는 토르나토레 감독은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