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모짜르트 4

돈 조반니

모짜르트의 유명한 오페라 '돈 조반니'는 작곡가 못지 않게 작사가도 유명하다. 작사가는 바로 로렌조 다 폰테다. 로렌조 다 폰테는 특이한 삶을 산 인물이다. 베니스에서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천주교로 개종해 신부가 됐다. 하지만 본래 타고나기를 술과 음악, 여자와 도박을 너무 좋아했다. 결국 신부가 돼서도 바람둥이처럼 살다가 들켜서 사제단의 명령으로 15년 동안 베니스에 돌아올 수 없는 추방형을 받았다. 그때 평소 친하게 지냈던 유명한 역사적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조언에 따라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겼다. 다 폰테는 그곳에서 뛰어난 천재 모짜르트를 만나 가극을 쓰게 됐다. 특히 그가 대본을 쓴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는 다 폰테 3부작으로 불린다. 그만큼 모짜..

더 콘서트 (블루레이)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의 '더 콘서트'(The Concert, 2009년)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예술에 빗대어 표현한 영화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백야'(http://wolfpack.tistory.com/entry/백야)처럼 정부의 억압된 정책 때문에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던 예술인들이 우연히 알게 된 서방의 공연 정보를 계기로 다시 예술혼을 불태우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결코 정치적이거나 심각하지 않고 코믹하다. 주인공 일행은 명문인 볼쇼이 오케스트라 행세를 하면서 일종의 대사기극을 연출한다. 물론 결말의 반전은 예상 가능한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대를 하고 보게 만드는 것은 음악의 힘이다. 초반 흘러나오는 모짜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이나 대미를 장식하는 차이코프스키의 ..

차례로 익사시키기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난해하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잔뜩 벌어진다. 그러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작품관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이야기와 뛰어난 영상, 그리고 감성을 파고드는 음악이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차례로 익사시키기'(Drowning By Numbers, 1988년)도 마찬가지다. 일단 제목부터 범상찮다. 세 모녀가 연인인 남자들을 차례로 물에 빠뜨려 죽이는 내용이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여인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거대하고 복잡한 퍼즐이다. 그렇다보니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데, 이 작품을 즐기는 비결이 있다. 바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그대로를 느끼는 방법이다. 실제로 그리너웨이는..

아마데우스 감독판 (블루레이)

모짜르트는 독살당했는가? 실제 모짜르트는 독살이 아닌 다른 병으로 죽었을 것이라는게 정설이지만 나폴레옹과 마찬가지로 오래도록 독살설이 끊이지 않았다. 극작가 피터 세퍼는 세간에 떠돌던 한가지 소문에서 출발해 히트 연극을 만든다. 이를 영화로 옮긴 것이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Amadeus, 1984년)이다. 연극과 달리 모짜르트의 주옥같은 음악과 함께 화려한 영상이 곁들여진 점이 영화의 장점. 특히 독특한 웃음소리를 만들어내며 열연한 톰 헐스와 모짜르트를 독살한 인물로 지목된 작곡가 살리에리를 연기한 F. 머레이 에이브라함의 불꽃튀는 연기 대결이 볼 만 하다. 감독판을 수록한 블루레이는 미국에서 책자의 형태를 띤 커피북으로 나왔다. 미국판이지만 본편과 부록에 모두 한글 자막이 들어 있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