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야가와 카즈오 2

부초 (블루레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부초'(浮草, 1959년)는 떠돌이 유랑극단 사람들을 통해 보편적 삶을 관조하는 영화다. 오즈 감독의 두 번째 컬러 영화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34년에 감독 자신이 만든 흑백 무성영화를 리메이크했다. 공교롭게 소설가 한수산의 '부초'와 제목 및 소재가 같은 이 작품은 제목 또한 동일하게 떠돌이 유랑극단 배우들을 암시한다. 좁은 의미로는 떠돌이 배우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세파에 휘둘리는 인생이라고 볼 수 있다. 내용은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유랑극단이 찾아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랑극단 단장이 사람도 많지 않은 외딴 마을을 찾아든 이유는 숨겨 놓은 애인이 있기 때문. 심지어 애인과 사이에 아들도 있다. 이를 알게 된 단장의 정부가 질투를 하며 젊은 여배우를 시켜 단장의 숨겨 놓은..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유명한 걸작 '라쇼몽'(1950년)은 처음부터 패를 드러내 놓고 시작한다. 폐허가 된 거대한 문(羅生門) 아래에서 요란하게 쏟아지는 비를 피하던 나무꾼이 내뱉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숲 속에서 발견된 사무라이의 시체. 시체를 발견한 나무꾼, 사무라이의 아내, 사무라이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도둑, 여기에 무당의 입을 빌려 찾아온 사무라이의 영혼까지 네 사람은 같은 사건을 제각기 다르게 설명한다. 문제는 각기 다른 주장이 모두 그럴 법하다는 것. 결국 요란한 말속에 가려진 진실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된다. 하지만 네 사람의 주장 모두에 참과 거짓이 섞여 있다 보니 진실을 찾기란 결코 간단치 않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이 점 때문에 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