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학창 시절에 즐겨 보던 만화책이 있다. 성심도서라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에서 낸 '신 루팡 3세'라는 시리즈 만화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해적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조악한 인쇄의 이 만화는 일본 만화가 몽키 펀치가 그린 '루팡 3세'를 번역해 그대로 출간한 시리즈였다. 각 권마다 여러 개의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만화책이 인기였던 것은 꽤 야하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루팡 3세는 여자를 엄청 밝히는 호색한이어서 온갖 여자들과 가리지 않고 잠자리를 갖는다. 거기에 난폭하고 잔인한 액션, 말이 되지 않지만 황당하고 기발한 도주와 절도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유머까지 만화책이 줄 수 있는 온갖 재미를 선사했다. 다만 1960, 70년대 소설책처럼 세로쓰기여서 읽기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