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3

에로스(블루레이)

2004년 나온 '에로스'(Eros)는 왕가위(Kar Wai Wong),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 3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감독 3명의 서로 다른 시선과 연출 기법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이 1995년 '구름 저편에' 연출 도중 중풍에 걸려 어려움을 겪으면서 죽기 전에 사랑에 대한 3부작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현실화한 시리즈다. 여기에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향을 받은 후배 감독들이 뜻을 함께 했다. 원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대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참여했다. 결국 이 작품은 2007년 사망한 안..

태양은 외로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태양은 외로워'(L'Eclisse, 1962년)는 학창시절 보고 실망했던 작품이다. 그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이 영화보다 앞서 알랑 들롱이 주연한 '태양은 가득히'라는 스릴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르네 클레망 감독이 1960년에 소설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걸작 '리플리'를 토대로 만든 영화였다. 한 젊은이의 성공을 위한 욕망을 그린 영화였는데 어찌나 재미있고 음악도 좋던지 열심히 봤다. 훗날 이 영화는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리플리'라는 제목으로 다시 만들었다. '태양은 가득히'에 대한 기억 때문에 TV 주말의 명화 시간에 방영된 '태양은 외로워'에 대해서도 같은 기대를 했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제목이 비슷하다 보니 연작 정도로 생각했다. 실제로 파트리..

에로스

'에로스'(Eros, 2004년)는 왕가위, 스티븐 소더버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 3명의 감독이 각각 감독한 약 40분 분량의 단편 3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이 작품은 제목이 말해주듯 사랑에 대한 세 감독의 헌사다. 워낙 개성이 강한 감독들인 만큼 작품의 색깔도 확연하게 차이난다. 왕가위 감독은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근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을 다뤘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술자리에서 흔히 얘기하는 야한 농담처럼 성을 패러디했다. 반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가장 직접적으로 육욕에 대한 갈망을 이야기한다. 평소 세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했다면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내용을 떠나 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하겠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