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3

희랍인 조르바 (블루레이)

우락부락한 외모를 지닌 거구의 안소니 퀸은 할리우드에서 대부분 조연배우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주연으로 이름을 떨친 작품이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과 마이클 카코야니스 감독의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 1964년)다. 그러고보면 안소니 퀸은 할리우드보다 유럽에서 더 진가를 인정받은 배우다. '희랍인 조르바'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가인 카잔차키스가 제 1 차 세계대전기간 기간에 머물던 고향 크레타섬에서 만난 요르고스 조르바스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쓴 이 소설은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렸는데, 여기에는 조르바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

제트(Z)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1980년대 후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 '제트'(Z, 1969년)가 제작된 지 20년 만에 국내에 들어 왔다. 그리스의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야당 정치인의 암살을 다룬 내용은 당시 박정희 독재 정권과 상황이 흡사해 국내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만큼 '제트'의 국내 개봉은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갈망 만큼이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영화는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 처럼 흥미진진하다. 정의로운 검사가 경찰 고위 관계자들의 조직적 은폐와 사건 왜곡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아주 긴장감 넘친다. 특히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이를 다큐멘터리나 뉴스 보도처럼 들고찍기와 롱 샷, 클로즈업을 병행하며 현장감있는 영상으로 실감나게 재현했다. 단순 흥미를..

페드라

재작년 여름에 찾아갔던 그리스 산토리니의 하늘은 진한 코발트빛이었다. 그 아래 그보다 더 진한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그 위로 태양은 세상을 녹일듯 이글거렸다. 그토록 뜨겁게 타오르던 거리도 밤이면 서늘한 바람 아래 삭아들고, 늦도록 술잔을 부딪치며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 사이로 흥겨운 음악이 흘러 넘쳤다. 자연과 삶이 이토록 열정적이다 보니 페드라 같은 극단적인 사랑과 비극이 나올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스 닷신 감독의 '페드라'(Fedra, Phaedra, 1962년)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페드라의 비극을 현대물로 옮긴 걸작이다. 신화 속 페드라는 전처가 낳은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다. 크레타 섬의 황소머리 괴물인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한 영웅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동생인 페드라와 결혼한다. 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