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후네 도시로 5

7인의 사무라이(블루레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하면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1954년)다. 이 작품은 그를 국제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면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란으로 피폐해진 일본 전국시대에 툭하면 산적에게 시달리는 농촌 사람들이 7명의 사무라이를 고용해 산적들을 막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 있고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과 싸움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만든다. 특히 산적을 유인해 덫에 가두듯 마을에 하나씩 몰아넣고 때려잡다가 빗속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기까지 긴장감을 점차 높여 나가는 연출 솜씨가 일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변하는 것과 변하..

배가본드 - 사무라이 3 간류도의 결투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이 만든 '사무라이' 3부작 가운데 마지막 편이 '간류도의 결투'(1956년)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오랜 수련을 끝내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일을 할 때 당대 최고의 무사라는 사사키 코지로의 도전을 받고 간류도에서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무사시가 소소한 싸움을 벌이고 두 여인의 애정공세에 괴로워하는 기본적인 설정은 전작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전작들보다 무사시의 언행이 진중해져서 수련의 깊이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히로시 감독의 사무라이 시리즈는 액션이 화려하지 않다는 점이 특징. 상대방을 노려보며 대치를 하던 중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검과 검이 충돌하는 결투의 과정은 그 자체로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막상 싸움보다 직전의 대치 ..

배가본드 이치조지사의 결투 - 속 미야모토 무사시, 사무라이2

국내에 '배가본드 이치조지사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나온 DVD 타이틀은 유명한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의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룬 3부작 '사무라이' 시리즈 가운데 2편에 해당한다. 원제는 '속 미야모토 무사시 : 이치조지사의 결투'(1955년)이다. 무사시가 길을 떠나게 된 과정을 그려서 다소 늘어지는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무사시의 본격적인 활약을 다뤄 볼 만 하다. 내용은 무사시의 생애에 있어서 유명한 이치조지사의 결투를 다루고 있다. 본격적으로 길을 떠나 무사 수련에 들어간 무사시는 교토에서 요시오카 가문과 맞붙어 수십 대 1의 전설을 이룬다. 요시오카 가문은 몇 대에 걸쳐 쇼군에게 검술을 가르쳐 온 칼의 달인들이 모인 명문가이다. 일개 떠돌이 무사였던 무사시는 이들과 맞붙어 가문의 당주인 세이주로와..

주정뱅이 천사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주정뱅이 천사'(1948년)는 일본식 네오리얼리즘 영화다. 제 2 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일었던 네오 리얼리즘 영화는 '자전거도둑'처럼 전후 이탈리아 사회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영화였다. 그런 점에서 프로파간다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사람들과 사회의 변화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선동적이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태평양전쟁 후 패전의 구렁텅이에서 허덕이던 일본 사회가 처한 극도의 혼란을 두 사내를 중심으로 풀어 낸다. 누가 됐든 아픈 사람들을 고쳐야겠다는 알코올 중독자 의사와 암흑세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야쿠자의 애증을 통해 당시 일본 사회가 안고 있던 불안과 혼란을 보여준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어찌보면 일본 사회의 ..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유명한 걸작 '라쇼몽'(1950년)은 처음부터 패를 드러내 놓고 시작한다. 폐허가 된 거대한 문(羅生門) 아래에서 요란하게 쏟아지는 비를 피하던 나무꾼이 내뱉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숲 속에서 발견된 사무라이의 시체. 시체를 발견한 나무꾼, 사무라이의 아내, 사무라이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도둑, 여기에 무당의 입을 빌려 찾아온 사무라이의 영혼까지 네 사람은 같은 사건을 제각기 다르게 설명한다. 문제는 각기 다른 주장이 모두 그럴 법하다는 것. 결국 요란한 말속에 가려진 진실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된다. 하지만 네 사람의 주장 모두에 참과 거짓이 섞여 있다 보니 진실을 찾기란 결코 간단치 않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이 점 때문에 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