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밀로스 포먼 4

헤어 (블루레이)

영화 '아마데우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로 유명한 체코의 감독 밀로스 포만이 2018년 4월13일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주로 영화로 만들었다.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되다시피한 말썽꾸러기들을 다룬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는 물론이고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주장하며 오랜 시간 법정투쟁을 벌인 포르노 잡지 발행인 이야기를 다룬 '래리 플린트'는 물론이고 반전과 평화를 외친 걸작 록뮤지컬 '히피' 등이 그러하다. 여기에는 그의 범상치 않은 인생사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모는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나치 독일이 체코를 점령했을 때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여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뒤 그곳에서 죽었다. 종전 후 양부모..

래리 플린트

래리 플린트만큼 미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도 드물다. 그는 '플레이보이'와 쌍벽을 이루는 도색잡지 '허슬러'를 창간해 억만장자가 됐고,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과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갔으며 콘돔 착용에 반대하고 숱한 포르노 영화를 찍었다. 하지만 그를 정말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미국의 저명한 목사 제리 폴웰과 벌인 법정 다툼이다. 그는 허슬러지에 폴웰 목사가 어머니와 근친상간을 했다는 내용과 함께 '패러디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라'는 문구를 넣은 술 광고를 게재했다. 이에 분노한 폴웰 목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플린트를 고소했고, 대법원까지 가는 싸움 끝에 법정은 플린트의 손을 들어 줬다. 이유는 수정헌법 1조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 때문이다. 당시 미국 대법원은 "공무원이나 공적 ..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프라하 출장 전에 읽어보려고 조성관의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이라는 책을 샀다. 그런데 정작 출장 전에는 못읽고 다녀와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화가 났다. 프라하에서 스쳐 지나간 거리와 건물들의 의미를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뒤늦게 읽은 것도 아쉬웠지만, 현지 가이드는 어쩌자고 책 속의 내용들을 다 흘려버렸는 지 모르겠다. 아마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일반 여행기와 다르다. 현지 풍물, 숙박, 상품 정보에 초점을 맞춘 여행기와 달리 유명 예술인들의 삶을 다뤘다. 카프카가 소설 '변신'을 쓰고, 스메타나가 '나의 조국'을 연주한 건물, 밀로스 포먼 감독이 영화 '아마데우스'를 촬영한 거리, 바츨라프 하벨..

2009.08.28

아마데우스 감독판 (블루레이)

모짜르트는 독살당했는가? 실제 모짜르트는 독살이 아닌 다른 병으로 죽었을 것이라는게 정설이지만 나폴레옹과 마찬가지로 오래도록 독살설이 끊이지 않았다. 극작가 피터 세퍼는 세간에 떠돌던 한가지 소문에서 출발해 히트 연극을 만든다. 이를 영화로 옮긴 것이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Amadeus, 1984년)이다. 연극과 달리 모짜르트의 주옥같은 음악과 함께 화려한 영상이 곁들여진 점이 영화의 장점. 특히 독특한 웃음소리를 만들어내며 열연한 톰 헐스와 모짜르트를 독살한 인물로 지목된 작곡가 살리에리를 연기한 F. 머레이 에이브라함의 불꽃튀는 연기 대결이 볼 만 하다. 감독판을 수록한 블루레이는 미국에서 책자의 형태를 띤 커피북으로 나왔다. 미국판이지만 본편과 부록에 모두 한글 자막이 들어 있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