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바흐 4

페드라

재작년 여름에 찾아갔던 그리스 산토리니의 하늘은 진한 코발트빛이었다. 그 아래 그보다 더 진한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그 위로 태양은 세상을 녹일듯 이글거렸다. 그토록 뜨겁게 타오르던 거리도 밤이면 서늘한 바람 아래 삭아들고, 늦도록 술잔을 부딪치며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 사이로 흥겨운 음악이 흘러 넘쳤다. 자연과 삶이 이토록 열정적이다 보니 페드라 같은 극단적인 사랑과 비극이 나올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스 닷신 감독의 '페드라'(Fedra, Phaedra, 1962년)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페드라의 비극을 현대물로 옮긴 걸작이다. 신화 속 페드라는 전처가 낳은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다. 크레타 섬의 황소머리 괴물인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한 영웅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동생인 페드라와 결혼한다. 페..

바흐의 고장 라이프찌히

드레스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가량 달리면 나오는 곳이 라이프찌히(Leipzig)다. 독일 작센주에 위치한 이곳은 과거 동독의 영토였던 곳이다. 2차 세계대전 전에는 출판업으로 번성했으며 지금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토마스 합창단 등 음악으로 유명하다. 동독 시절 산업 정체기는 오히려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라이프찌히를 널리 알린 존재는 바로 음악의 아버지 바흐다. 그가 오랜 세월 이곳에서 성 토마스 교회 악장을 지냈고, 이곳에 묻혔다. 뿐만 아니라 괴테는 이곳에서 소설 '파우스트'를 썼으며, 멘델스존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역임했다. 그만큼 곳곳에 예술가들의 향취가 묻어있는 독일의 예향이다. 일부러 찾아가면 모르지만 어지간해서 들리기 힘든 곳인 만큼 라이프찌히..

여행 2009.08.01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블루레이)

바흐가 6곡으로 구성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작곡한 1718~21년은 생애 최고 절정기로 꼽히던 쾨텐 시기였다. 쾨텐 시기란 안할트 쾨텐의 레오폴트 공작의 궁정 악장으로 지내던 시기를 말한다. 든든한 후원자 덕분에 작곡에 전념할 수 있어서 그런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다양한 형식의 곡들로 구성돼 있다. 곡명은 작곡을 위촉한 브란덴부르크 슈베트의 크리스티안 루트비히 후작에게 헌정됐기 때문에 이렇게 붙었다. CF나 각종 배경음악 등을 통해 귀에 익숙한 곡들도 있는 이 협주곡은 소편성의 실내악단에 적합하다. 그렇지만 천편 일률적인 소리가 아닌, 제각기 다른 양식으로 구성된 덕분에 모든 곡들마다 악기 편성이 달라지며 서로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 점이 특징. 실제로 바흐는 6곡을 통해 쳄발로, 리코더 등 바로크 시..

스카이 '토카타'

1982년, 남들은 연합고사 준비로 바쁜 중 3 시절에 FM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당시 팝송을 소개한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가 '황인용의 영팝스'였다. 저녁 8시에 하던 이 프로그램에서 어느 날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바로 스카이(Sky)의 '토카타'(Toccata)다. 지금은 검색서비스에서 '스카이'를 입력하면 휴대폰 정보나 최진영이 몸담았던 그룹 스카이, 플라이 투더 스카이 등 엉뚱한 정보들이 나타나지만 1980년대 초반 스카이는 유일했다. 스카이는 위대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이끄는 5인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였다. 1979년 결성돼 1984년까지 활동한 스카이는 클래식, 재즈, 록을 넘나드는 연주로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하던 음악애호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