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박보영 5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정기훈 감독의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2015년)는 기자를 꿈꾸던 주인공 도라희(박보영)가 스포츠신문의 수습기자로 입사해 겪는 애환을 그린 코미디다. 이혜린 작가의 원작 소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토대로 만든 영화인데 작심하고 만든 코미디여서 현실성은 떨어진다. 2005년 스포츠신문의 연예부 기자가 된 뒤 경제신문, 온라인 매체 등을 거친 작가가 기자 시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데, 영화는 이를 더 과장한 듯싶다. 우선 원작 소설의 주인공 이름인 이라희를 의도적으로 '또라이'를 연상케 하는 도라희로 바꿔 캐릭터를 희화화한 점부터 그렇다. 배경이 되는 영화 속 신문사 또한 저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하다. 주인공의 상관인 연예부 부장(정재영)은 시대에 뒤처진 행태를 고..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블루레이)

이해영 감독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년)은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과 비슷한 분위기의 스릴러다. 물론 귀신 이야기는 아니지만 폐쇄 공간이나 다름없는 기숙형 여학교, 그 곳에 갇힌 느낌의 병약한 여학생, 소녀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 등이 외딴 집과 자매를 중심으로 한 장화 홍련과 닮았다. 무엇보다 미술에 공을 들인 미장센느는 스릴러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이 또한 장화 홍련과 닮은 부분으로, 감독이 그만큼 공간 구성에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내용은 1938년 일제 강점기 시절 한 요양학교에서 소녀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으스스한 사건을 다뤘다. 영화의 매력은 여러가지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진 점이다. 마치 귀신영화를 연상케 하는 어둡고 은밀한 분위기 속에 소녀들이 ..

리오 (블루레이)

어느덧 보름여를 달궜던 런던올림픽도 막을 내렸다. 다음 올림픽의 무대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이 열리는 곳이다.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의 애니메이션 '리오'(Rio, 2011년)는 제목 그대로 리우 데 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실제로 리오에서 태어나 자란 살다나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십분 살려 작품 속 그림으로 녹여냈다. 내용은 남미 희귀 앵무새가 조류 사냥꾼들에게 포획되면서 빠져나오는 내용을 그린 모험담이다. 제작은 '아이스 에이지'로 성공한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그만큼 '아이스 에이지'처럼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간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그림이다. 코파카바나 해변과 산꼭대기 빈민가, 열정적인 ..

과속스캔들 (블루레이)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2008년)은 원래 제목이 '과속 3대'였다. 말 그대로 속도 위반으로 모인 가족 3대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신파나 무거운 주제로 흐르지 않고 쿨한 웃음으로 이어진다. 그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30대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가 된 라디오 DJ 남현수(차태현)와 20대 미혼모인 딸(박보영), 그리고 손자인 기동(왕석현)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설정 자체가 결코 흔하거나 가벼운 소재는 아니다. 이를 깨알같은 에피소드로 엮어 웃음을 터뜨린 강 감독의 연출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는 물론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한 배우들의 연기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한물 간 연예인을 연기한 차태현은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그만큼 이번 배역은 제 몸에 맞는 ..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2008년)은 차태현을 위한 영화다. 극중 주인공인 라디오 DJ 남현수를 연기한 차태현은 평소 TV 오락프로에서 보여준 모습과 '엽기적인 그녀' '복면 달호' 등의 영화에서 맡았던 역할들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너스레를 떨며 웃기는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고 유쾌한 것은 그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무조건 차태현에게만 전적으로 기대는 것은 아니다. 고교 시절 사고를 쳐서 아들을 낳은 딸 황정남을 연기한 박보영과 그의 아들 황기동을 연기한 왕석현 또한 맛깔스런 양념 역할을 했다. 특히 아역배우 왕석현은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서 선발됐다던데,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선수답게 표정연기가 아주 훌륭하다. 30대 중반에 할아버지가 된 사내와 ..

영화 2008.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