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박지연 2

여우계단 - 여고괴담 3

2003년 7월, 윤재연 감독의 '여우계단: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2003년) 언론시사회를 갔던 기억이 난다. 원래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리즈의 1편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대를 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 지, 너무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이유는 기시감이었다. 일본 공포물 '링'의 사다코를 연상케 하는 귀신이 창틀을 넘어오고, 가부키 배우처럼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한 귀신들이 출몰하는 장면은 '주온'을 닮았다. DVD 타이틀의 윤 감독 음성해설을 들어오니 여고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익숙한 장면으로 귀신을 떠올릴 것이란 생각에 그 장면을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작 관객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3번째 시리즈인 이 작품은 예고가 무대다. 발레를 하는 여고생들 사이에..

시간

'섬' '악어' '나쁜 남자' '파란 대문' 등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은 대체로 낯설고 불편하다. '시간'(2006년)도 마찬가지다. 애인의 사랑을 잡아두기 위해 끊임없이 성형 수술을 하는 여인때문에 빚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 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외형을 바꿔 새로움을 추구하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성형중독에 빠진 세태를 비꼬고 있다. 결국 새로움을 추구하다가 서로의 정체성과 과거의 추억까지 모두 잃어버린채 서로 낯선 존재로 남게된 연인의 모습은 섬뜩하다. 과거 작품들에서 외부로 표출됐던 인물들의 분노가 이 작품에서는 자학하듯 얼굴을 뜯어고치는 식의 인물 내부로 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작품의 언론시사회 직후 "앞으로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