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박진희 4

달콤한 거짓말

로맨스 코미디를 표방한 '달콤한 코미디'는 참 안타까운 영화다. 박진희, 조한선 등 배우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애쓰는데 웃음도 없고 감동도 없기 때문이다. 잘 나가지 못하는 방송작가(박진희)가 첫사랑의 남자(이기우)와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 기억상실을 가장하고 소동을 벌이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랑의 결실은 멀고도 가까운 곳에 있던 남자 친구(조한선)에게로 향하면서 엉뚱하게 결말을 맺고 만다. 박진희와 조한선이 본격적으로 망가지며 웃음을 주기 위해 애쓰지만 자연스럽지 못하고 작위적이다. 당연히 이야기 구성도 촘촘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널 뛰듯 성큼성큼 건너뛴다. 제작진이 그냥 TV 코미디프로처럼 웃기면 된다고 생각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만큼 영화는 억지로 일관한다. 심지어 조한선이 박진희에게 과거를 ..

영화 2008.12.27

만남의 광장

역사를 희화화 할 때에는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즉, 그럴 듯 해야 한다는 소리다. 특히 아픔이 큰 상처를 다룰수록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종진 감독의 '만남의 광장'(2007년)은 참으로 무모한 영화다. 양 쪽에서 주민들이 철조망을 맡잡아 올려 조국이 분단되고, 이런 현실을 못견딘 주민들이 3km에 이르는 땅굴을 파서 왕래한다는 내용은 이색적일지는 몰라도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코미디라도 당위성이 떨어지면 억지 웃음이 된다. 그렇다보니 임창정, 류승범, 임현식, 이한위, 박진희 등 배우들의 천연덕스런 연기도 빛이 바랬다. 그래서 상영시간 내내 간헐적으로 소소한 웃음은 몇 번 있었지만 시종일관 유쾌하지는 못했다. 특히 막판 결말은 너무나 단세포적이다. 이도저도 해결할 방법이 없으면 ..

영화 2007.08.26

여고괴담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1998년)은 우리 공포물 가운데 손에 꼽을 만한 빼어난 수작이다. 감독이 직접 쓴 탄탄한 시나리오와 더불어 입시위주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났다. 특히 공포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익숙한 이야기와 환경을 다뤘기 때문이다. 화장실 귀신처럼 오래된 학교에 한두 가지씩 떠도는 귀신 이야기와 학교라는 건물이 주는 위압감과 폐쇄감을 적절히 이용했다. 예전 두발 및 교복자율화 이전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유난히 을씨년스럽던 풍경이 떠오른다. 불 꺼진 어두침침한 나무 마룻바닥 복도, 바람에 연통이 흔들리며 끊임없이 울려대던 삐걱거리는 쇳소리, 한낮에도 그늘이 져 해가 들지 않는 외따로 떨어진 화장실 건물, 을씨년스러운 뒷산과 이어진 쓰레기소각장 등 ..

산책

예전에 받은 '산책' DVD. '편지'로 여러 사람을 울린 이정국 감독의 2000년 작품. 김상중, 박진희 주연. 음악을 좋아하는 4명의 친구가 직장을 다니면서도 콘서트를 준비하는 내용. 이야기보다 내내 배경음악으로 깔린 그라나도스의 기타 소리가 더 좋았던 작품. 솔직히 내용은 심심한 편. DVD 화질은 평균 이하. 잡티도 많고 해상도도 떨어진다. 색감 또한 탁하다. 색감이 좀 더 투명했더라면 숲의 향기가 제대로 전해졌을텐데... 여기에 사운드는 돌비디지털 2.0 채널만 지원한다. 음악이 중요한 영화라서 5.1 채널을 지원하지 않는게 아쉽다. 어느날 김상중이 운영하는 레코드점에 음악이라고는 댄스곡밖에 모르는 박진희가 불쑥 찾아와 점원으로 취직한다. 뜬금없는 만남이 다소 작위적이다. 뒷이야기는 예측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