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배성우 4

더 킹(블루레이)

한재림 감독의 '더 킹'(2017년)은 개봉 시점이 지금이라면 논란이 됐을 만한 작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조사 때문에 정치 검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 검찰 이야기다. 정치권에 줄을 잘 서서 자신들의 입신과 양명을 위해 매진하는 검찰들을 통해 검찰 공화국이 무엇인가 잘 보여주는 영화다. 내용은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된 태수(조인성)가 검찰 내 실세인 선배들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권력의 맛에 취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태수가 권력의 핵심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몸담게 된 극 중 전략부는 검찰의 특수부를 빗댄 부서다. 전략부의 핵심인 한강식(정우성) 부장과 양동철(배성우), 태수..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정기훈 감독의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2015년)는 기자를 꿈꾸던 주인공 도라희(박보영)가 스포츠신문의 수습기자로 입사해 겪는 애환을 그린 코미디다. 이혜린 작가의 원작 소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토대로 만든 영화인데 작심하고 만든 코미디여서 현실성은 떨어진다. 2005년 스포츠신문의 연예부 기자가 된 뒤 경제신문, 온라인 매체 등을 거친 작가가 기자 시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데, 영화는 이를 더 과장한 듯싶다. 우선 원작 소설의 주인공 이름인 이라희를 의도적으로 '또라이'를 연상케 하는 도라희로 바꿔 캐릭터를 희화화한 점부터 그렇다. 배경이 되는 영화 속 신문사 또한 저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하다. 주인공의 상관인 연예부 부장(정재영)은 시대에 뒤처진 행태를 고..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블루레이)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2015년)은 참으로 섬찟한 영화다. 절대 권력을 잡기 위해 기생하고 공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꽤나 그럴듯 하고 치밀하게 그렸다. 과연 저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숱한 비리 사건들을 보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물론 각종 권력기관 내부에서 돌아가는 일이나 의사 결정 과정 등은 사실과 좀 거리가 있고 디테일도 떨어지지만 중요한 것은 권력을 향해 응집하는 추총자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인 만큼, 그런 점에서는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자본과 권력, 정치권이 얽히고 설키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든 것은 원작 웹툰을 그린 윤태호 작가의 공이다. 거대한 그림을 잘 설계했다는 생각이다. 다만 미완으로 끝난 이 작품을 완결된 이야기 ..

베테랑 (블루레이)

정의감에 불타는 외골수 형사가 못되먹은 재벌 2세를 혼내주는 내용의 류승완 감독 작품 '베테랑'(2015년)을 보면 대뜸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2010년 맷값 폭행으로 유명한 최철원 당시 SK M&M 대표 사건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인 최 전 대표는 인수한 업체의 탱크로리 기사가 화물연대 노조 탈퇴를 하지 않고 버티자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준 뒤 폭행죄로 구속됐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 났다. 공교롭게 영화 속 회사는 이니셜도 SK와 비슷하고 이동통신 계열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애써 얘기하지 않아도 대번 최 전 대표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비단 최 전 대표 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곳곳에 재벌가에 얽힌 '그랬다더라' 식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