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백현진 3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8번째 장편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년)은 말에 대한 영화다. 사람들 사이에 퍼진 소문과 잘못 전달된 말, 거짓말과 진실 등이 뒤섞이며 빚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애인(이유영)이 금주 약속을 어기고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는 소문을 들은 주인공(김주혁)은 애인과 다툰뒤 그만 헤어지고 만다. 주인공은 아쉬운 마음에 애인을 찾아가지만 찾을수가 없다. 그 사이 주변 사람들은 주인공의 애인을 여기저기서 만난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알아보지만 정작 애인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아니, 쌍둥이여서 그런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 사이 여인은 여러 남자들을 만난다. 나중에는 주인공도 애인이 아니라고 우기는 애인과 똑같이 생긴 여인을 만난다. 영화는 ..

돈의 맛 (블루레이)

임상수 감독이 전작 '하녀'에 이어 '돈의 맛'(2012년)에서도 가진 자들의 부도덕함에 메스를 들이댔다. 이번에 겨냥한 상대도 역시 최상위 1%에 해당하는 부유층이다. 전작에서 전도연이 그들의 부도덕함을 낱낱이 살펴보는 고발자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하인 격인 김강우가 맡았다. 영화는 요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돈에 얽힌 병폐들을 집약했다. 더 많은 돈을 벌거나 죗값을 치르지 않기 위해 벌이는 권력층을 향한 뇌물공세와 문란한 성생활 및 마약,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도덕 불감증까지 총동원됐다. 뿐만 아니라 부유층과 바람난 가정부로 필리핀 여자를 선정해 점점 늘어나는 동남아 노동자들의 문제도 다뤘다. 이 모든 것을 임 감독은 돈 때문에 벌어지는, 돈의 맛에 취한 부작용으로 봤다. 그런데 욕심이 과했다..

어어부밴드-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1997년)가 개봉한 시점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를 본 극장만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없어진 낙원상가의 허리우드였다. 서울에 많고 많은 극장을 놔두고 왜 하필 개봉관치고 허름한 이곳에 가서 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곳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봉 전부터 말이 많았던 이 영화는 탈선을 일삼는 10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문제작이었다.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 풀빛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제목의 2권짜리 제작일지를 읽어보면 배우로 출연한 일부 아이들이 실제 본드를 불었고 그러다가 죽기까지 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어쨌든, 내게 이 작품은 영화보다 음악이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영화 중간에 흘러나오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