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밴드 5

프랭크(블루레이)

레니 에이브러햄슨(Lenny Abrahamson) 감독이 만든 '프랭크'(Frank, 2014년)는 소론프르프브스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슬픈 코미디다. 웃긴 장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밴드의 중심인물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 Michael Fassbender)는 독특하다. 자신의 얼굴을 숨긴 채 아주 커다란 탈을 쓰고 노래한다. 마치 복면가왕처럼 얼굴을 가려야만 자신 있게 행동하고 제대로 능력을 보여준다. 무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탈을 쓰고 산다. 음식은 빨아먹을 수 있는 유동식 위주로 먹고, 잘 때도 커다란 탈을 쓰고 잠든다. 프랭크에게 탈은 곧 얼굴이다. 이 밴드에 어느 날 키보드를 연주하는 존(돔놀 글리슨 Dom..

아하 MTV 언플러그드(블루레이)

노르웨이(Norway)의 3인조 밴드 아하(A-ha)를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곡이 1985년 발표한 'Take on Me'다. 그들의 최대 히트곡이자 1980년대를 대표하는 유명 팝 음악이다. 특히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 때문에 더 유명하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 뮤직비디오는 카페에서 만화책을 보던 여인이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 주인공과 사랑을 나누는 내용이다. 연필 스케치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일종의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은 당시 꽤 화제가 됐다. 그 바람에 이를 따라한 경우가 아주 많았는데 조용필이 등장하는 맥콜 TV 광고도 이를 그대로 흉내 냈다. 이후 아하는 'The Sun Always Shines on TV', 007 영화 주제가로 쓰인 'The Living Dayl..

소라닌(블루레이)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소라닌'(ソラニン, 2010년)은 크게 기대할 것 없는 진부한 청춘 멜로물이다. 아사노 이니오가 일본 만화잡지에 연재한 만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밴드를 하는 20대 남녀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동거하며 6년째 열애 중인 메이코(미야자키 아오이)와 타네다(코라 켄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에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메이코는 더 이상 원치 않은 직장에 다니는 일이 의미 없다고 생각해 그만두고 타네다도 작곡에 몰두한다. 하지만 뜨거운 열정에 비해 현실은 냉혹하다. 타네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일상에 지쳐 음악을 그만두기로 한다. 그렇게 꿈을 접는 타네다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연인의 죽음으..

와이키키 브라더스(블루레이)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년)는 보고 나면 가슴이 짠한 영화다.그토록 좋아했던 음악을 위해 노력하는 일행이 현실적인 삶의 장벽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다뤘다. 나이가 먹고 나서 다시 보니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이 영화를 처음 본 30대 때에는 비록 힘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패기가 보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다시 보니 결코 패기와 용기만으로 넘기 힘든 생활의 어려움이 보인다.아마도 2001년이 IMF 이후이기는 하지만 취업이나 경쟁 상황 등 피부로 느끼는 삶의 여건이 지금보다 덜 각박했던 때문인가 보다. 비록 기술이나 물질은 지금이 그때보다 더 발전했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공평하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소위 ..

고고70 (블루레이)

1970년대 유행했던 고고클럽은 젊음의 해방구였다. 12시에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리면 갈 곳 없는 청춘들이 고고클럽에 모여 통행금지가 풀리는 새벽 4시까지 몸을 흔들며 젊음을 발산했다. 최호 감독의 '고고 70'(2008년)은 이제는 빛바랜 사진 같은 1970년대 추억을 화려하게 되살린 작품이다. 단순 지나간 시대상을 조명한 게 아니라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재구성했다. 모델이 된 것은 1970년대 고고클럽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데블스라는 실존 밴드다. 1968년 결성돼 70년대를 주름잡다가 1980년에 해산한 데블스는 당시로서는 드문 소울 뮤직을 지향하며 요란한 퍼포먼스로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70년대 고고클럽의 풍경을 어색하지 않게 잘 구사했다. 특히 실제 악기 연주와 춤을 직접 익혀 공연하듯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