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밴쿠버 5

네버 엔딩 스토리(블루레이)

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The NeverEnding Story, 1984년) 제작을 위해 만난 볼프강 페터젠(Wolfgang Petersen) 감독과 원작자인 소설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특전 유보트'로 대박을 친 페터젠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일의 대작 영화를 꿈꿨다. 반면 미하엘 엔데는 원작 소설의 구성을 그대로 지키기를 원했다. 순수함을 잃은 어른들 때문에 사라져 가는 상상과 꿈의 세계를 아이들의 동심으로 회복하는 원작의 정신이 바뀌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자와 페터젠 감독은 방대한 원작에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국제적으로 통할 만한 블록버스터급의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있어야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페테전 감독과 엔데는 크게 싸워 영화가..

인비저블

데이비드 S 고이어(David S. Goyer) 감독의 '인비저블'(The Invisible, 2007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다룬 영화다. 엉뚱한 오해를 받은 주인공 닉(저스틴 채트윈 Justin Chatwin)이 억울하게 폭행을 당해 사경을 헤매면서 그의 영혼이 살아남으려고 자신의 육신을 되살리기 위한 싸움을 다뤘다. 그렇다고 귀신이 초인들처럼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보이지 않는 존재일 뿐이어서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형상을 볼 수 없다. 영혼이 된 닉 또한 다른 사람에게 물리적인 위해를 가하지 못한다. 그만큼 제약이 많은 존재다. 언뜻 보면 귀신이라는 주인공의 특성 때문에 공포영화나 공상과학(SF) 영화 같지만 내용은 추리소설에 가깝다. 사..

데드풀2(4K 블루레이)

마블 코믹스의 초영웅 가운데 하나인 데드풀은 독특한 캐릭터다.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죽을 뻔했는데 특수한 치료를 받은 뒤 부작용 아닌 부작용으로 절대 죽지 않은 무한대의 재생세포를 지니게 됐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총알이 뚫고 지나간 자리도 금새 복구되며 심지어 온몸이 절단나도 조각난 신체가 다시 자라난다. 사실상 불사신이다. 대신 엄청난 능력을 얻었지만 애인도 깜짝 놀랄 만큼 피부가 흉측하게 변했다. 그래서 미국의 초영웅들이 그렇듯 쫄쫄이 옷과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다닌다. 그런데 데드풀이 특별한 것은 그의 엄청난 능력보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수다 때문이다. 잠시도 입을 쉬지 않고 싸우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입을 놀린다. 아저씨 개그 같은 유머도 있고 도저히 아이들과 같이 보기 힘들 만큼 걸판진 성적..

스카이스크래퍼: 4K 블루레이

재난 영화가 성공하려면 볼거리와 함께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천재지변이나 요란한 사고가 주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으로 시선을 붙잡는다면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사연과 위기상황에서 드러내는 내면의 모습을 통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물론 두 가지 중에 더 중요한 것은 캐릭터다. 재난 상황은 오히려 뉴스 화면이 더 자극적일 수 있다. 9.11 때 무너지는 쌍둥이 빌딩은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충격적이고 압도적인 그림이었다. 결국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이야기로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재난 영화는 어찌 보면 휴먼 드라마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로슨 마샬 터버 감독의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 2018년)는 실패한 재난 영화다. 성공적인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

캐빈 인 더 우즈: 블루레이

원래 쓸데없이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드류 고다드 감독의 공포영화 '캐빈 인 더 우즈'(The Cabin in the Woods, 2012년)는 재미있게 봤다. 영화는 미국의 전형적인 슬래셔 무비들처럼 캠핑을 떠난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산골 숲 속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이들은 호기심이 발동해 무엇인가 건드리게 되고 졸지에 좀비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좀비들의 배후에 도사린 더 큰 공포로 이야기가 확산되며 영화는 기존의 공포물과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적당한 공포와 신화적 이야기가 뒤섞인 현대판 판타지다. 영화를 보면서 뒤로 갈수록 떠오르는 것은 아즈텍 제국이었다. 중세 멕시코에 자리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