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버스터 키튼 4

매드 매드 대소동

배금주의에 대한 풍자를 이토록 명쾌하게 그린 영화는 없다.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매드 매드 대소동'(It's A Mad Mad Mad Mad World, 1963년)은 약 3시간 동안 요란하게 펼쳐지는 소동을 따라 웃다보면 정당한 대가없이 돈을 바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느낄 수 있는 코미디다. 그만큼 메시지 전달이 명확하면서도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 아주 잘 만든 영화다. 내용은 우연히 자동차 사고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으로부터 들은 거액의 돈상자 얘기를 듣고 이를 찾아나선 사람들의 소동을 다뤘다. 제목에 '미쳤다'는 뜻의 mad가 여러 번 들어갈 만큼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행동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소동을 보다 보면 돈에 눈이 뒤집히면 이렇게 되지 않겠냐는 감독의 반문이 들리는 것 ..

라임라이트

찰리 채플린이 '라임라이트'(Limelight, 1952년)를 만들던 시기는 그에게 가장 힘든 때였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조안 베리와 친자 확인 소송에 휘말렸고 미국 극우단체와 언론은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붙였다. 그 여파로 미국에서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그의 작품 중에 사상 검증 논란이 불거진 뒤 개봉한 '무슈 베르두'(http://wolfpack.tistory.com/entry/살인광시대-무슈-베르두)는 미국 흥행에 실패했다. "관객은 개개인으로 보면 좋지만, 군중이 되면 머리 없는 괴물이 되지. 어느 쪽으로든 돌아설 수 있거든"이라는 '라임라이트'의 주인공 칼베로의 대사 속에는 외롭고 지친 채플린의 심경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만큼 이 영화에는 늙고 지친 채플린의 눈물겨운 모습이 보인..

장군

버스터 키튼은 찰리 채플린과 더불어 1920년대 무성 영화 시대를 이끈 위대한 영화인이다. 찰리 채플린이 콧수염과 중절모, 빙빙 돌리는 지팡이로 대표되는 가난뱅이 떠돌이 캐릭터를 구축했다면, 버스터 키튼은 마치 가면을 쓴 것 처럼 시종일관 무표정이 특징이다. 그래서 버스터 키튼의 별명은 great stone face, 즉 위대한 무표정이었다. 보드빌 배우였던 부모를 따라 다니며 3세때부터 무대에 섰던 그는 아버지가 객석을 향해 휙휙 집어던지면 나가 떨어졌다가도 아무 일 없는 것 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는 연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곡예를 연마하며 힘과 기술을 익혀 자신의 영화를 찍을 때 스턴트 연기에 유용하게 써먹었다. 키튼 영화의 특징이라면 아크로배틱 같은 곡예와 더불어 웃음과 긴장..

선셋 대로(SE)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이 만든 흑백영화 '선셋 대로'(Sunset Blvd, 1950년)는 참으로 오묘한 느낌을 주는 걸작이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스타였던 배우(글로리아 스완슨 Gloria Swanson)가 자기 망상에 사로잡혀 재기를 노리다가 살인사건을 저지르게 되는 사건을 통해 비정한 할리우드의 내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 작품이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웃음과 비극을 적절히 섞어가며 이야기를 끌어간 와일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다. 특히 왕년의 스타를 연기한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4 대 3 풀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무려 55년 전 작품인데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해 새삼 할리우드의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