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벨기에 4

어네스트와 셀레스틴(블루레이)

가브리엘 뱅상은 대기만성형 여류 화가다. 본명이 모니크 마르탱인 그는 1928년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브뤼셀 인근 소니언 숲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자란 그는 브뤼셀 왕립미술학교에서 공부한 뒤 꾸준히 그림을 그렸으나 나이 50이 넘어 유명해졌다. 1972년 5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널리 이름을 알린 작품이 바로 그림책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시리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작고 영리한 생쥐와 덩치 크며 막무가내인 곰이 한 집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서정적인 수채화풍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 벵자맹 레네, 뱅상 파타르, 스테판 오비에 세 사람이 공동 감독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Ernest & Celestine, 2012년)이다. 내용은 원작 시리즈와 크게..

내일을 위한 시간(블루레이)

다르덴 형제가 만든 영화들의 공통점은 피사체를 항상 담담하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 어떤 슬픈 드라마나 극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어도 배우들의 연기나 표정,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카메라는 항상 일정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바라본다. 마치 이야기 자체의 그 어떤 거짓이나 과장 없는 팩트 그 자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영상이다. 어찌보면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체득한 그들만의 언어일 지도 모른다. 유독 다르덴 형제의 담담함이 무섭게 다가오는 영화가 바로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 2014년)이다. 이 영화는 병 때문에 휴직했다가 복직하려는 여인을 회사가 구조조정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선택을 같은 동료들에게 맡겼다. 보너스를 받을 것인 지, 여인의 복직을 받아들일 지..

자전거를 탄 소년(블루레이)

굳이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의 노래말을 빌리지 않아도 홀로 남겨진 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하물며 어린 소년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믿었던 보호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세상이 통째로 없어지는 것과 다름없는 커다란 상실감이다. 다르덴 형제가 만든 '자전거를 탄 소년'(Le Gamin Au Velo, 2011년)은 상실에 관한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 소년에게 세상은 곧 아버지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은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다르덴 형제는 아버지와 헤어져 홀로 고아원에서 자라야 했던 소년이 느끼는 상실감과 아픔을 담담하게 다뤘다. 무턱대고 눈물을 강요하지 않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해 소년에게 다가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블루레이)

영어 발음인 틴틴보다 불어 발음인 땡땡으로 더 잘 알려진 틴틴 시리즈는 1929년 원작자인 에르제가 벨기에 소년신문에 연재하면서 인기를 끈 만화다. 1930년 1권을 발행한 후 1983년 에르제가 사망하는 바람에 채 완성하지 못한 24편까지 발행됐으며 1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컬러다. 오랜 세월 발행된 이 시리즈는 유럽은 물론이고 전세계 60개국에서 발행돼 3억5,000만권 이상 팔렸다. 국내에도 솔출판사를 통해 전집이 출간됐다. 워낙 유명하다보니 벨기에에서 극장용 장편만화로 만들었고 프랑스와 캐나다 스튜디오가 함께 만든 TV만화 시리즈도 1992년에 나왔다. 극장용 장편만화와 TV만화 시리즈 역시 국내 케이블TV와 MBC EBS 등을 통해 소개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컴퓨터의 힘을 빌려 이 위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