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변혁 2

오감도

'오감도'(2009년)라는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다섯 감독이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와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라는 이중적인 뜻이다. 이 작품은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 등 5명의 중견감독이 하나의 주제를 갖고 각자의 스타일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이들이 정한 주제는 '에로스'다. 아무래도 사랑이 인간의 감각을 총동원하는 일인 데다 사람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섯 감독은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시나리오부터 배우 섭외, 연출, 편집 등은 각 감독들이 각자의 개성대로 하고 배우들의 각 에피소드 간 교차 출연, 각 에피소드의 소재 선택 등은 모여서 토의를 거쳐 정했다. 따라서 전체 주제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저마다 다른 개성 강한 ..

주홍글씨

욕망은 초콜릿 같다. 핥을수록 달지만 달콤함 뒤에 식욕을 떨어뜨리고 나른한 나락으로 끌어들이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변혁 감독은 '주홍글씨'(2004년)에서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나른한 욕망을 그렸다. 이브가 유혹의 사과를 아담에게 건네는 대목인 성경의 창세기 3장 6절로 시작한 영화는 식욕이나 물욕, 명예욕도 아닌 색욕을 이야기한다. 등장인물도,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사건도 모두 헤어날 수 없는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혹의 초콜릿을 핥은 인물은 강력계 형사 기훈(한석규). 그는 아내 수현(엄지원)과 애인 가희(이은주)를 오가며 욕망의 달콤함을 한껏 즐긴다. 그런 그에게 과제처럼 주어진 살인 사건은 욕망이 파국으로 치닫는 굴레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 점에서 살인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경희(성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