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봉태규 5

바람난 가족(블루레이)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년)은 제목처럼 온 가족이 바람나서 풍비박산 나는 발칙한 영화다. 변호사 영작(황정민)은 무용가인 아내 호정(문소리)이 있는데도 젊은 여인 연(백정림)과 바람을 피운다. 호정도 자신을 훔쳐보던 이웃집 고교생 지운(봉태규)을 도발해 선을 넘는 연애를 한다. 영작의 어머니(윤여정)는 불치병에 걸린 남편(김인문)을 병상에 놓아둔 채 애인을 사귄다. 이들은 모두 가정에 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식을 바깥에서 찾으면서 서로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그냥 무늬만 가족일 뿐이다. 과연 이 정도로 콩가루인 집안이 있을까 싶은데, 임 감독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만큼 가족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고 본 것이다. 다만 약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가루지기

판소리 여섯마당 가운데 하나인 가루지기 타령의 주인공 변강쇠는 단짝 옹녀와 함께 천하 제일의 정력남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그의 신화적인 성적 능력은 숱한 문학 작품과 만화, 영화 등에 소재로 쓰였다. 신한솔 감독의 '가루지기'(2008년)도 숱한 변강쇠 시리즈 중 하나다. 다만 뮤지컬 요소를 도입하고 에로 영화와 만화 장면의 패러디를 통해 기존 작품들과 색다른 웃음을 시도했다. 영화에는 온갖 색적인 요소는 다 들어가 있다. 태양까지 치솟는 오줌발, 거시기로 제기 차기, 강쇠의 형 이야기를 끌어들이며 위험한 근친 상간 흉내도 내고 신화를 빙자한 수간까지 끼워 넣었다. 이야기 뿐만 아니라 형식도 파격적이다. 시대를 가늠하기 힘든 여인네들의 노출 심한 복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Y담을 읊을 기세다. 여기에..

품행제로

고교를 진학하던 1983년에 교복 자율화가 됐다. 그전까지는 영화 '친구'처럼 검은 교복을 입고 머리를 밀고 다녔다. 그러다가 교복을 벗게되니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이들은 제 세상을 만난 양 외모에 멋을 부렸고, 그 결과 '조다쉬' '나이키' '프로스펙스' '미즈노' 등 소위 학생들 사이에 알아주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방과 후에는 당구장, 오락실, 극장 순례가 일과처럼 주어졌다. 그마저도 숨이 막힌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화장실에 숨어 담배를 피웠고 담을 타넘어가서 술을 마셨다. 그러지 못한 학생들은 백판을 사다가 당시 금지곡들을 들었다. 애지중지하며 가방 속에 넣고 다녔던 워크맨도 당시 패션 아이콘이었다. 조근식 감독의 '품행제로'(2002년)는 혼돈과 추억의 80년대..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SE)

김성훈 감독의 입봉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년)은 전형적인 패러디 영화다. 아래층에 세든 섹시한 이혼녀 미미(이혜영)를 놓고 아버지(백윤식)와 아들(봉태규)이 경쟁하는 내용은 뮤지컬로도 제작된 전은강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과 뮤지컬에서 불 수 없는 영화만의 재미는 유명 영화들의 패러디와 오마주 장면들. '말레나'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매트릭스' 등 다양한 작품들을 패러디했다. 상황이 다소 억지스럽지만 막스 형제의 영화처럼 악동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슬랩스틱 코미디라는 관점에서 보면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우리 영화치고 괜찮은 화질이다.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영상으로 키워놓으면 일부 장면이..

안녕 유에프오

올해 1월 개봉한 김진민 감독의 데뷔작 '안녕 유에프오'는 맹인 여성과 버스 운전기사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문제는 어설픈 웃음과 곱기만 한 사랑. 코미디와 로맨스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얘기. 이은주는 시각장애인처럼 보이지 않는 연기로 일관했고 이범수, 봉태규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은 제대로 능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특히 전인권의 특별출연은 빛이 바랬다. DVD는 영화 본편과 부록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 본편은 한국영화 치고 무난한 화질. 잡티와 스크래치, 플리커링이 보인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간히 서라운드 효과를 발휘. 무엇보다 비 내리는 장면에서 전후방 스피커를 가득 메우는 빗소리 덕분에 공간감이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