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빔 벤더스 2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블루레이)

"이런게 사람 사는 거지". 1998년 촬영 당시 71세의 이브라힘 페레는 뉴욕의 밤거리를 걸으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브라힘은 195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쿠바의 가수였다. 한동안 잊혀졌던 그는 1997년 전세계를 강타한 음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덕에 되살아나 그래미상까지 받고,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했다. 이브라힘은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멈춰서 야경을 찍었다.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밤이면 암흑천지인 하바나에서 온 그에게 생전 처음 본 뉴욕은 별천지였다. "아내와 왔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주름 가득한 이브라힘의 얼굴에 못내 아쉬움이 가득했다. "저게 자유의 여신상이라고? 아냐. 그럴리 없어. 저렇게 작지 않아." 1950년대 뉴욕에 들려 자유의 여신상을 봤던 루벤 곤..

베를린 천사의 시 - 콜렉터스 에디션

제 40 회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Der Himmel Ueber Berlin, 1987년)는 천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본 이야기다. 사람들의 힘든 생활을 위무해 주던 수호 천사가 직접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고 세상으로 뛰어 든다. 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유령처럼 베를린 곳곳을 떠돌며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던 천사들은 지치고 힘든 인간들의 아픈 삶과 역사를 본다. 그것만 봤다면 결코 천사의 날개를 떼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가려는 여인을 만난다. 결국 천사는 아름다운 여인과 아침 커피에 빠져 세상으로 내려 온다. 빔 벤더스 감독은 한 편의 동화같고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천사와 사람의 관점을 오가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