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사나다 히로유키 6

라이프(블루레이)

다니엘 에스피노사(Daniel Espinosa) 감독의 '라이프'(Life, 2017년)는 미지의 존재가 주는 공포를 잘 다룬 공상과학(SF)물이다. 그런 점에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이나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과 비슷하다. 내용은 화성 탐사를 마치고 귀환하던 우주선이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한다. 하지만 미지의 존재인 외계 생명체는 갑자기 우주선 안에서 6명의 승무원을 공격하며 포식자로 돌변한다. 우주인들은 자신들의 목숨뿐 아니라 지구를 위협할 수 있는 외계 생명체를 막기 위해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 안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광활한 우주에서 역설적으로 폐쇄공간이나 다름없는 우주선에 갇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 에이리언과 흡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외계 생명체의 형태가 없다는 것이다. 외계 ..

더 울버린 (블루레이)

울버린은 더 많은 나라에 엑스맨 시리즈를 팔기 위한 상술에서 출발했다. 마블코믹스는 엑스맨 시리즈의 인기가 하락하자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캐릭터를 연구한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울버린이다. 울버린은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 사는 오소리과의 작은 동물로, 체구는 작지만 맹렬하게 덤비는 사나운 짐승이다. 이를 토대로 만든 원작만화의 울버린은 160cm의 단신이지만 무시무시한 강철 손톱이 튀어나오는 맹수같은 존재로 묘사됐다. 울버린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만화는 뜻밖에도 헐크였다. 1974년 10월 '인크레더블 헐크' 만화책 마지막 페이지에 깜짝 등장했는데, 당시 헐크 시리즈는 새로운 캐릭터의 반응을 보기 위한 시험 무대였다. 이후 울버린은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다가 1982년 크리스 클레어몬트가 글을 쓰..

황혼의 사무라이 (SE)

일본의 노장 야마다 요지 감독의 '황혼의 사무라이'(The Twilight samurai, 2002년)는 칼부림이 요란한 액션활극도 아니고, 사무라이들의 비장함이 물씬 감도는 사극도 아니다. 그만큼 볼거리를 기대했다면 의외로 단조롭고 밋밋한 이야기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볼 만한 DVD에 올려놓은 이유는 순전히 미야자와 리에 때문이다. 미야자와 리에는 어느덧 17년 전 이야기가 돼버린 대학 막바지때 추억이 서려있는 배우다. 1988년에 데뷔한 리에는 '포카리 스웨트' 광고로 유명한 청순미의 대명사였다. 그런 그가 91년 '산타페'라는 이름의 누드집을 냈다. 당시 18세. 젖살이 채 가시지 않아 약간 통통하면서도 상큼한 이미지를 간직했던 그의 누드집은 야하기 보다는 참 아름다웠다..

무극

첸 카이거 감독의 '무극'(The Promise, 2005년)은 참으로 망극지통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동양식 판타지를 표방한 이 작품은 시대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국가에서 운명으로 얽힌 4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대결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경극에 나올법한 중국식 갑옷과 중국어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 시대와 역사성, 지역성을 상실한 채 표류한다. 볼거리도 마찬가지다. 황당한 만화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은 실사 촬영과 이질감이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로 어색하고 치졸하다. 액션 또한 '와호장룡'의 시원한 와이어 액션, '영웅'과 '연인'에서 본 호쾌한 결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단조롭다. 오히려 3류 무협영화만도 못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동건,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 등 한,..

라스트 사무라이

에드워드 즈윅(Edward Zwick) 감독의 '라스트 사무라이'(Last Samurai, 2003년)를 처음 본 것은 2003년 11월 일본에서였다. 프로모션차 일본을 방문한 톰 크루즈(Tom Cruise)를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워너 측에서 마련한 시사 필름을 보고 난 뒤 반감과 아름다움이 교차된 묘한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사무라이 찬가였기 때문이다. 막부 말기 일본이 신식 군대를 도입하면서 쓸모없어진 사무라이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는 내용의 실화를 다뤘다.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는 사무라이에 반해 제작자로 나서기까지 했다. 처음부터 사무라이에 감화된 상태에서 만든 작품인 만큼 무조건 사무라이를 찬양하는 식의 내용은 거슬렸지만 존 톨이 카메라를 잡은 수려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