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샬롯 램플링 3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블루레이): 끔찍한 젊은날의 기억

사람의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거나 과장되는 등 왜곡되기 마련이다. 특히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면 온전한 기억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2017년)는 왜곡된 젊은 날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어느 노인이 젊어서 좋아했던 여인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노인은 가치관 등 여러가지가 여인과 맞지 않아 헤어졌고, 그 여인이 친구와 사귀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바트라 감독은 노인이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마치 미스터리 소설처럼 수수께끼를 풀 듯 헤쳐 나간다. 아름답고 빛났던 청춘의 한때라고 여겼던 기억의 이면에는 돌이킬 ..

영 앤 뷰티풀 (블루레이)

언제나 발칙하고 도발적인 소재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이번에는 10대 소녀의 성매매를 들고 돌아왔다. 그가 만든 '영 앤 뷰티풀'(Jeune et jolie, 2013년)은 원조 교제에 빠진 여고생이야기다. 문제는 여주인공이 뚜렷한 이유없이 원조 교제에 나섰다는 점이다. 주인공 이사벨(마린 백트)은 같은 또래 남학생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가 끌리는 남자들은 아버지뻘도 더 되는 나이든 남성들이다. 그들과 성매매를 하며 그는 돈을 모은다. 집안이 가난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하고 싶다는 목적도 없다. 그만큼 이사벨의 맹목적인 성매매는 보는 이를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우며 불편하게 만든다. 굳이 답을 찾는다면 극 중 흘러 나오는 대사에 있다. "일탈을 꿈꾸는..

사랑의 추억

때로는 추억이 잔인한 흉기가 될 수 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 '사랑의 추억'(Under The Sand, 2000년)은 지나간 추억 때문에 상처받고 괴로워 하는 여인의 이야기다. 어느 중년 부부가 휴가를 떠난 바닷가에서 남편이 홀연이 사라진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올 것을 굳게 믿고 그와의 추억을 곱씹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 진실은 오히려 아내에게 아픈 상처가 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망자가 남긴 추억들이 잔인한 사랑의 흔적이 된 셈이다. 이 작품에서는 오종 감독 특유의 전매 특허인 동성애, 변태성욕이나 양성애 등 파격적인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오종 감독 특유의 파격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오종 감독이 파격적인 이야기와 영상만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