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를 리메이크한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2010년)는 남과 북의 대치만큼이나 갈등의 골이 깊은 인물들 간의 대립을 보여준다. 그러나 원작처럼 생존의 문제로 빚어진 갈등이 아니라 가진자와 못가진 자의 욕정과 애증이 얽힌 감정의 대립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제목과 설정만 같을 뿐 리메이크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내용이 다르다. 임 감독은 부자와 빈자의 계급적 대립을 다루고 싶었단다. 그러나 1970년대나 80년대와 달리 계급적 갈등구조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 요즘 한국사회에서 계급적 대립을 다루려면 설득력 있는 정교한 이야기전개가 필요하다. 단순히 돈이 많은 부자와 그 집에서 식모살이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적 계급적 갈등이 극적으로 표출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