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서울 4

공조 (블루레이)

북한은 참 좋은 영화 소재다. 대결의 상대나 화해와 협력의 상대 등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액션부터 드라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변주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남북화해 분위기를 타고 '강철비' '브이 아이 피' 등 서로 협력을 다룬 영화들이 여러편 나왔다. 김성훈 감독의 '공조'(2016년)도 그런 영화다. 북한에서 사람을 죽인뒤 달러를 위조할 수 있는 동판을 들고 서울로 달아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김주혁)를 잡기 위해 특수부대원(현빈)이 방한 사절단에 섞여 내려온다. 양국 정부간 사전 교감에 따라 남한 형사(유해진)가 현빈과 협력해 공조 수사를 하게 된다. 남북한 형사들이 서로 협력해 범인을 잡는다는 설정이 특이하고 신선하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사건 전개는 도식적인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바람불어 좋은 날: 블루레이

옛날 영화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풍경들을 고스란히 보여줘 좋다.내용을 떠나 그때 그 모습을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것처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도 민간의 사관처럼 역사를 기록하는 증거물인 셈이다.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년)은 한창 서울 강남의 개발 붐이 일던 1970년대 말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강을 건너는 순간 밭농사 짓던 촌동네가 어느 날 개발 붐을 타고 부촌이 돼 버렸다.덕분에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내몰린 사람도 있다. 영화는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 사람들을 다뤘다.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돈을 버는 악덕 부동산업자와 무작정 잘 살아보겠다고 몸뚱이 하나로 상경한 무지렁이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서울로 몰려든 젊은이들은 값싼 노동력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4K 블루레이)

조스 웨던 감독의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년)은 제작 단계부터 국내에서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의 일부 장면이 2014년 3~4월 서울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제작진은 마포대교를 막고 추격장면을 찍었고 서울 강남역 주변, 상암동 DMC 부근과 새빛섬 등지에서 촬영했다. 또 국내 여배우 수현이 박사 역할로 출연했다. 그만큼 국내 팬들에게는 낯익은 풍경과 인물 덕분에 친숙한 영화다. 어벤저스의 두 번째 시리즈로 제작된 이 작품은 세계 평화를 위해 개발한 최고의 인공지능 컴퓨터 울트론이 폭주하며 강력한 적으로 돌변하자 이를 초영웅들이 저지하는 내용이다. 이 시리즈의 강점이자 매력은 각각 영화의 주인공인 초영웅들이 무리지어 나..

본 레거시 (블루레이)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 '본' 3부작은 영화로 만들기 힘든 작품이다. 세부 묘사가 뛰어나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눈 앞에 정경이 훤히 떠오르게 만드는 프레드릭 포사이드와 달리 로버트 러들럼이나 이안 플레밍은 그렇게 정교한 작가가 아니다. 그만큼 기본적 플롯 외에 액션은 감독이 메꿔야 한다. 따라서 로버트 러들럼이나 이안 플레밍의 소설은 재능있는 감독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감독에게는 재앙일 수 있다. 다행히 '본 아이덴티티'를 만든 더그 라이만 감독이나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훌륭한 액션 연출로 원작 소설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들춰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두 감독은 영화를 훌륭하게 재창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