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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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블루레이)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섬'(2000년)이 DVD로 국내 출시된 것은 2004년이다. 미국보다 1년 늦게 출시됐는데, 그때까지 나온 김기덕 영화 중에 '섬'과 '나쁜 남자'를 가장 좋아한다. 이 작품은 그때까지 가학, 잔혹 영상으로 대표되는 김감독 작품답지 않게 영상이 아름다워 눈길을 끌었다. 이전 작품들도 그림을 그렸던 김 감독의 특성을 십분 살려 회화적 느낌을 강조하긴 했지만 서정적이거나 아름다운 영상은 이 작품이 한 수 위다. 이전 작품들에서 그가 승부를 걸었던 것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강한 연기였다. 아무래도 제작비의 한계상 영상에 공을 들이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르다. 고즈넉히 안개가 깔린 거대한 저수지 위로 낚시집들이 떠 있는 풍경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블루레이)

김기덕 감독은 영화 '섬'을 구상하면서 매일 동서남북이 바뀌는 공간을 떠올렸다. 그래서 물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집을 만들었다. 이를 영화화하기 위해 김 감독은 주왕산국립공원에 위치한 주산지를 찾았다. 하지만 공교롭게 주산지는 300년 만에 처음 물을 빼내는 정비작업을 하면서 바닥을 드러냈다. '섬'의 촬영지가 바뀐 이유다. 이후 김 감독은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아 '섬'의 언론시사회를 가진 직후 호텔 방에서 보이는 설산을 보며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년)의 시놉시스를 구상했다. 그리고 '섬'에서 이루지 못한 공간에 대한 미련을 이 작품에서 풀었다. 자고 일어나면 동과 서가 바뀌는, 세상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했던 물 위에 뜬 절이 그렇게 태어났다. 그만큼 김 감독이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