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손예진 4

해적: 바다로 간 산적(블루레이)

이석훈 감독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은 웃기기로 작정하고 만든 활극이다. 내용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뒤 중국 명으로부터 옥새를 받아오던 중 고래가 이를 삼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감독은 실제 조선의 국새가 태종때까지 10년 동안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초는 사실이지만 나머지 내용은 완전 허구다. 고래를 만나 난파한 배에서 사라진 옥새를 하필 고래가 삼키는 바람에 이를 잡기 위해 해적과 산적이 총출동한다. 김남길 손예진 이경영 유해진 김원해 오달수 신정근 김태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한바탕 웃음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왁자지껄한 슬랩스틱 코미디식의 웃음을 겨냥하고 있다. 산적들의 어수룩한 강도질이나 상어와의 싸움 등은 만화적..

작업의 정석

가끔 이 작품은 왜 만들었을까 싶은 영화들이 있다.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으며 눈요기감 조차 되지 못하는 영화들이다. 민망하게도 오기환 감독의 '작업의 정석'(2005년)이 그런 작품이다. 소위 '선수'로 통하는 남,녀 연예전문가 두 사람이 만나서 겪게 되는 일을 다룬 이 영화는 억지 웃음과 과장된 캐릭터로 일관해 감상 시간을 아깝게 만든다. 잘 만든 시트콤만도 못한 이 작품이 '안녕 프란체스카'의 작가가 쓴 작품이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워낙 작품의 내용이 막무가내식이다보니 손예진과 송일국의 변신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한 화질이다. 일부 장면에서 잡티와 스크래치가 보이고 샤프니스도 높지 않다. DTS를 지원하는..

외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2편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참으로 단아하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쓴 맛을 다 알아버린 노인네의 주름처럼 힘든 세파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다만,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안으로 꾹꾹 눌러 담는 것이 허진호식 멜로의 특징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죽음을 앞둔 청년이 소리 죽여 울듯, '봄날은 간다'에서 배신의 아픔을 흐르는 바람결에 두 팔 벌려 털어내는 청년의 평온한 얼굴처럼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다. 한 번쯤 술주정을 하며 주변사람들을 괴롭힐 만도 한데, 떠나간 여인의 뺨을 갈겨줄 만도 한데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러지 않는다. 바로 표정을 알 수 없는 고양이의 단아함 같은 점이 허진호 영화의 매력이요, 미덕이다. 그런데 그가..

내 머리속의 지우개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년)는 젊은 여인이 치매, 즉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최루성 멜로물이다. 뻔한 내용일 수 있지만 감성적 영상과 손예진, 정우성 두 스타 덕분에 2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히트했다. 원래 멜로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감독은 데뷔작 '컷 런스 딥'의 흥행 실패로 3년 동안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 못하다가 제작사 싸이더스 측의 제의로 이 작품을 맡았다. 이감독은 처음 시도한 멜로물로 대성공을 거뒀다. 촬영에도 일가견 있는 이감독의 감각적 안목 덕분이다. 그의 탁월한 영상 감각은 그동안 숱하게 작업한 뮤직비디오와 광고들이 입증한다. 그러나 일부 장면의 촌스러운 대사들은 옥에 티다. 흥행 성공 후 이감독은 극장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감독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