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송기원 2

바람불어 좋은 날: 블루레이

옛날 영화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풍경들을 고스란히 보여줘 좋다.내용을 떠나 그때 그 모습을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것처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도 민간의 사관처럼 역사를 기록하는 증거물인 셈이다.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년)은 한창 서울 강남의 개발 붐이 일던 1970년대 말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강을 건너는 순간 밭농사 짓던 촌동네가 어느 날 개발 붐을 타고 부촌이 돼 버렸다.덕분에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내몰린 사람도 있다. 영화는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 사람들을 다뤘다.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돈을 버는 악덕 부동산업자와 무작정 잘 살아보겠다고 몸뚱이 하나로 상경한 무지렁이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서울로 몰려든 젊은이들은 값싼 노동력의..

나에게 오라

김영빈 감독의 영화 '나에게 오라'(1996년)는 한국적 풍취를 제대로 살린 빼어난 토속 느와르다. 예전에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DVD나 블루레이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최근 UEK에서 DVD로 출시됐다. 소설가 송기원이 1994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두 청년의 방황과 꿈을 다뤘다. 외양은 고교 친구들의 성장 드라마이지만, 내면에는 새마을 운동으로 대표되는 1970년대 개발 붐을 타고 벌어지는 잇권 다툼 속에 희생되는 개인 등 시대적 아픔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높게 평가받을 만한 점은 뛰어난 사실성이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초가집과 어수선한 시골 장터 풍경, 대보름에 벌어지는 횃불 싸움 등 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