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송재호 6

꼬방동네 사람들(블루레이)

이동철의 동명 소설을 배창호 감독이 영화로 만든 '꼬방동네 사람들'(1982년)은 1970~80년대 궁핍한 삶을 살았던 도시 빈민들의 이야기를 핍진하게 그려낸 한국적 리얼리즘 영화다. 본명이 이철용인 작가 이동철은 빈민가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한쪽 다리를 저는 바람에 제대로 된 직업도 갖지 못했다. 결국 어려서 자란 창녀촌에서 좀도둑질과 펨푸 등 양아치 노릇을 하며 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려 도시 빈민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런 경험을 살려 자전적 소설 '어둠의 자식들'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그의 소설들은 이장호 감독의 '어둠의 자식들' '바보 선언' 등 여러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배 감독도 '어둠의 자식들' 촬영 때 조감독을 하며 이동철을 알게 된 인연으로 ..

그때 그사람들(블루레이)

그 날은 국민학교 6학년 가을 소풍 날이었다. 신나서 김밥을 싸들고 학교로 갔지만 소풍을 갈 수 없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한참을 지루하게 교실에 앉아있어야 했다. 나중에야 뒤늦게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충격이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기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나이였다. 나라의 가장 큰 어른 대접을 받던 대통령이 죽었다는 소리에 여학생들은 울고 불고 난리였다. 대통령 사망 다음날인 1979년 10월27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10.26을 떠올리면 포승에 묶인 김재규가 상 앞에 앉아 권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현장 재현을 하는 사진과 대통령 장례식날 주저앉아 땅을 치며 대성통곡을 하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당시 박전희 전 대통령은 곧잘..

영자의 전성시대

1970년대 나온 소위 '호스티스물'에 대한 편견이 하나 있다. 바로 야하다는 것. 지금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것보다 하면 안되는게 더 많았던 서슬퍼런 독재정권 시절인 만큼 여자들의 속옷만 보여도 거의 포르노처럼 입소문을 탔다. 물론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흥행을 노리고 싸구려로 찍어낸 호스티스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70년대 호스티스물의 효시를 이룬 작품이 바로 김호선 감독의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1975년)다. 당시 TV에 갓 얼굴을 내민 신인 탤런트였던 염복순을 일약 스타로 만든 이 작품은 매춘부를 다루긴 했지만 결코 포스터처럼 야한 영화가 아니라 사회고발성 메시지가 강한 드라마다. 이 작품은 도시와 공업 위주의 편향된 경제개발 논리에 밀려 먹고 살기 위해 ..

살인의 추억 (블루레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년)은 우리 영화 중에서 걸작을 몇 편 꼽으라면 꼭 들어갈 작품이다. 탄탄한 내용과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훌륭한 영상, 애잔한 음악까지 이토록 완벽한 작품이 있을까 싶다. 김광림의 연극 '날 보러와요'를 각색한 이 작품은 그 해 500만명을 넘기며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내용은 1986년부터 91년까지 경기 화성에서 6년간 10명의 부녀자가 죽은 연쇄강간살인사건을 다뤘다. '화성 연쇄 살인'으로 통하는 이 사건은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하고 공소 시효를 넘겨 영구 미제 사건이 됐다. 봉 감독은 안개 속처럼 뿌연 사건의 한 가운데서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안타까운 심정에 초점을 맞춰 숨막히는 드라마로 그려 냈다. 어찌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지 절로 형사들의 심정에 ..

해운대

한국형 본격 재난영화를 표방한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쓰나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피서철 사람들이 몰리는 휴양지인 해운대를 무대로 선택한 점과 2004년 서남아시아를 덮친 재해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는 쓰나미를 소재로 삼아 현실감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내용은 최근 동해안에 자주 발생하는 지진이 대마도를 강타하면서 그 여파로 부산 해운대에 거대한 메가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등이 출연했다. 구성은 평범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거대한 자연의 파괴력을 동반한 재난으로 아수라장이 된 후, 다시 삶이 바뀌는 전형적인 재난물의 기승전결을 따른다. 결국 구성이 같을 수 밖에 없다면 승부는 얼마나 재난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가에 달렸다. 그런 ..

영화 2009.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