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송지효 4

신세계 (블루레이)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2012년)는 깔끔한 영화다. 장르에 충실한 느와르 영화답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 비정한 사나이들의 혈투를 피비린내 가득한 영상으로 묘사했다. 내용은 스파이를 통해 범죄 조직을 장악하려는 경찰과 이에 맞선 조직 폭력배들의 이야기다. 신분을 숨긴 채 잠입한 경찰 스파이라는 설정만 놓고 보면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홍콩 영화 '무간도' 시리즈를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들에도 여러 번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소재가 계속 되풀이 되는 이유는 스파이물 특유의 긴장과 두뇌 플레이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내부 스파이를 색출하려는 조폭들과 경찰들의 숨막히는 암투가 빚어내는 긴장감이 일품이다. 그만큼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등 화제작 작가 출신 답게 박..

여우계단 - 여고괴담 3

2003년 7월, 윤재연 감독의 '여우계단: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2003년) 언론시사회를 갔던 기억이 난다. 원래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리즈의 1편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대를 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 지, 너무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이유는 기시감이었다. 일본 공포물 '링'의 사다코를 연상케 하는 귀신이 창틀을 넘어오고, 가부키 배우처럼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한 귀신들이 출몰하는 장면은 '주온'을 닮았다. DVD 타이틀의 윤 감독 음성해설을 들어오니 여고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익숙한 장면으로 귀신을 떠올릴 것이란 생각에 그 장면을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작 관객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3번째 시리즈인 이 작품은 예고가 무대다. 발레를 하는 여고생들 사이에..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들고 있는 느낌이다. 그만큼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내용은 홍콩영화 '무간도'처럼 폭력 조직의 중간 보스로 파고 든 경찰이 범죄조직을 와해시키는 이야기. 설정부터 그러니, 정체가 드러날까 봐 가슴을 조이는 경찰만큼이나 보는 사람도 숨이 가쁘다.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로선 최고지만, 칼 끝 같은 긴장 속에 한 치의 여유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각종 의심과 암투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느라 뻣뻣하게 굳어있는 등장인물들의 스트레스가 보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이된다. 그만큼 일말의 휴식같은 러브라인이나 웃음 코드의 부재가 아쉽다. 대신 그 자리를 권력을 노린 조폭들의 쌍욕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영화 2013.02.23

색즉시공 시즌2

윤제균 감독이 2002년에 선보인 '색즉시공'은 웃음 속에 페이소스가 있었다. 젊은이들의 솔직한 성 담론 뒤에 진정한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묻어둬 한바탕 웃고나면 가슴이 짠했다. 그런데 윤태윤 감독의 '색즉시공 시즌2'(2007년)는 전작의 성공이 부담스러웠는 지, 아니면 안전한 성공 요인을 따라가고 싶었는 지 모르겠지만 전작을 답습하고 있다. 윤제균 감독이 각본을 쓴 탓도 있겠지만, 배우와 역할만 달라졌을 뿐 스토리 전개는 전편의 복제나 마찬가지다. 달라진 자잘한 에피소드 몇 개만 갖고 서로 다른 색깔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차이가 너무 미미하다. 윤태윤 감독이 '낭만자객' '색즉시공'에서 조감독을 하면서 윤제균 감독의 화장실 코미디 스타일에 너무 젖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전작보다 진일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