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시로 마사무네 5

공각기동대(블루레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1995년)를 처음 봤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뇌(電腦), 인형사 등 단어부터 생소했고 주인공인 쿠사나기 모토코의 정체도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았다. 로봇인지 사람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마지막 결말을 보면 유령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만큼 모호한 존재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다분히 실존주의 철학의 냄새마저 강하게 풍기는 작품이었다. 너는 누구인가, 실존주의적인 질문을 던지다 이 작품이 등장한 1995년은 국내에 인터넷 조차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1994년 국내 최초의 민간 인터넷 업체인 아이네트가 등장해서 이메일 계정을 판매했지만 사람들은 무엇에 쓰는 것인지 몰랐다. 여전히 모뎀을 이용해 PC통신을..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4K 블루레이)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 2017년)은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유명한 저패니메이션을 실사로 만든 영화다.그러나 의도만 좋았을 뿐 결과는 실망스럽다. 내용은 공안 9과의 리더인 소령이 전자두뇌를 해킹한 범죄자들을 추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소령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찾게 되고 이를 통해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된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공각기동대의 팬이라고 하는데,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원작 만화에서 냉철한 판단과 컴퓨터 같은 분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인 공안 9과의 소령이 영화에서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 방황하는 사춘기 소녀 같은 캐릭터로 나온다. 그렇다 보니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공각기동대 S.A.C 2nd GIG(블루레이)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성공한 후 제작진은 이를 TV시리즈로 만들었다. 그 작품이 바로 2002에 나온 '공각기동대 S.A.C'(http://wolfpack.tistory.com/entry/공각기동대-SAC-블루레이)이다. TV 시리즈 역시 극장판 못지 않게 성공하자 2005년 제작진이 그대로 다시 모여 만든 속편이 '공각기동대 S.A.C 2nd GIG'이다. 역시 카미야마 켄지 감독이 시리즈 구성과 총괄 감독을 맡았고 칸노 요코가 음악을 담당했다. 마찬가지로 공안 9과라는 일종의 특수 경찰이 등장해 '개별 11인'이라는 강력한 테러 집단과 대결을 벌인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극장판 감독을 맡은 오시이 마모루가 참가했다는 점이다. 오시이 마모루는 전체 스..

애플시드 엑스머시나 (블루레이)

사람과 기계문명의 만남이 특징인 사이버펑크의 세계는 늘 우울하고 잿빛이다. 인간성 상실이라는 코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버펑크의 투사들은 투쟁의 당위성과 함께 가열찬 지지를 받는다. 아라마키 신지 감독의 애니메이션 '애플시드 엑스머시나'(Appleseed-Ex Machina, 2007년)도 마찬가지. 일본의 유명 만화가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독특하다. '공각기동대'처럼 철의 여인이 주인공이다. 역시 기계와 사람이 결합된 독특한 존재들과 여주인공 듀넌은 힘을 합쳐 미래의 질서를 파괴하는 악당들과 맞서는 내용이다. '터미네이터'처럼 무조건 기계와의 대립이 아닌 조화를 찾았다는 점이 다르다.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도 기존 저패니메이션과 다르다. 손그림에 강한 저패니메이션이 ..

애플시드

'공각기동대'를 재미있게 봤다면 아라마키 신지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애플시드'(Appleseed, 2004년) 역시 반할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공각기동대'의 원작자인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제작됐다. 거대 네트워크 컴퓨터인 가이아가 통제하는 2131년 미래의 인류가 생존을 위해 싸우는 내용. 암울한 미래와 그 속에서 싹트는 인류에 대한 성찰과 자성은 '은하철도 999' 이후 '아키라'와 '공각기동대'를 관통해 흐르는 저패니메이션 특유의 세계관이다. 이 작품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다만 '공각기동대'와 달리 심오한 철학적 세계관 대신 단순 명쾌한 줄거리로 볼거리에 좀 더 치중할 수 있게 한 점이 차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매트릭스'와 '공각기동대' 식의 화려하고 요란한 액션이 우선 눈에..